날씨 한번 더럽게 좋다. 아, 좋다 좋아! 누구 들으란 듯이 허공에 내지르고 나면 메아리 대신 찝찔한 흙 냄새가 되돌아온다. 죽어야 할 것들이 흙을 파고 기어 올라와 헤집어지는 냄새. 대기에 흩뿌려지는 피 냄새. 역겨운 비린내들을 죄다 덮어버릴 비 냄새. 비, 비가 온다. 김준구가 고개를 쳐들었다. 스멀스멀 먹구름이 끼더니 숨구멍 하나 없도록 회색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