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락
어서오세요, 살짝 고개를 들고 웅얼거린 김각별이 책에 고개를 더 깊게 파묻었다. 이 시간에, 젊은 남자 혼자, 가방도 뭣도 없이 왔으니. 삼십 분 정도는 집중할 수 있으려나, 혼자 생각한 그가 조금 뻣뻣한 목을 뚜두둑, 소리 나게 꺾었다. 단출하다 못해 초라한 헌책방엔 포스기도 아닌 돈통 하나 덜렁 놓여 있는 계산대 뒤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김각별, 그리고
구룡성채 공각 드랍 하늘같던 붉은 세상이 발 밑에 있다. 전부같던 그 도시는 겨우 지옥이라, 짓밟아버릴 것처럼 쓸어내는 바람에도 그저 꿋꿋하다. 눈 멀도록 올려다봤던 하늘은 이제 손 뻗으면 닿을 그 곳에 있고 결코 가까이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순백은 눈앞을 스치는데, 나는 결국 또 그 날 그 곳, 나를 닮은 너의 앞이다. 저공비행
88은 660원이다. 주머니엔 500원도 없다. 낭패다. 손 깊숙히 넣어 더듬어봐도 뜯어지기 직전의 실밥이 손가락에 걸린다. 에이 씨발. 잔상처 많은 손으로 짤막한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헝클어뜨렸다. 말 그대로 먹고 죽을 돈도 없는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지만 공룡은 딱 4년 전의 절 믿고 있었던 것이다. 기억 천천히 더듬어보니 눈앞에 보이는 슈퍼에서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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