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Ø
둘의 역할이 반전되는 상황은 언제 봐도 참 재미있었다. 물론 기본적인 틀은 항상 같았다. 전기장어맛 쿠키는 별로 마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곧잘 취한 채 헤픈 목소리로 내가 원더크랩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심해군주 쿠키를 돌보느라 얼마나 피곤했는지 아느냐며 하소연을 시작하는 것이다. 심해군주 쿠키는 자신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의 입을 막기 바빴고
단역 (1인) 감초맛 쿠키 악이라고만 믿었던 곳을 바라본다. 해골 지팡이를 한 손에 쥔 채로, 몇분 전과는 달리 나약해 보이기만 하는 몸을 떨며, 살려달라는 애원마저 입 밖으로 내지 못하는 쿠키가 온 몸을 약하게 떤다. 그에게는 악도, 동료도, 주군도, 부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로지 이렇게 땅에 쓰러진 채로, 수치스러운 항복과 애원만이 남아있을 뿐이었
엽편 / 단편 모음: 쿠키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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