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 단편 모음: 쿠키런

명해: 스파전장심군

둘의 역할이 반전되는 상황은 언제 봐도 참 재미있었다. 물론 기본적인 틀은 항상 같았다. 전기장어맛 쿠키는 별로 마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곧잘 취한 채 헤픈 목소리로 내가 원더크랩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심해군주 쿠키를 돌보느라 얼마나 피곤했는지 아느냐며 하소연을 시작하는 것이다. 심해군주 쿠키는 자신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의 입을 막기 바빴고, 한참 그가 푸념을 이어가다 지칠 때면 스파클링맛 쿠키에게 사과한 후 그를 데려가는 것 역시 심해군주 쿠키의 몫이었다. 처음 한두 번 정도는, 스파클링 쿠키도 그저 평범한 취기라고 생각했다. 하소연을 시작하는 것이다. 심해군주 쿠키는 자신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의 입을 막기 바빴고, 한참 그가 푸념을 이어가다 지칠 때면 스파클링맛 쿠키에게 사과한 후 그를 데려가는 것 역시 심해군주 쿠키의 몫이었다. 처음 한두 번 정도는, 스파클링 쿠키도 그저 평범한 취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갈수록 자주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니, 어쩐지 조금은 부자연스럽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어쨌든 이런 부분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게 스파클링맛 쿠키가 아니던가. 십 수년간 취한 채 자신에게 하소연을 늘어놓았던 쿠키의 수는 감히 헤아릴 수도 없을 터였다. 하지만 전기장어맛 쿠키의 이야기는, 어쩐지 단순히 취기에 빠진 넋두리라기 보다는,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심해라는 곳에 대한 동화 같은 느낌이었다. 전기장어맛 쿠키와 심해군주 쿠키의 과거에 쉽게 이입되기도 하는 이야기였지만, 동시에 늘 같지 않아 흥미롭기도 했다. 어쩌면 전기장어맛 쿠키는 지금까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지금까지 그걸 이야기할 쿠키도 없었다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감히 그 많은 보따리를 하소연하듯 누군가에게 풀어놓을 자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의 과거는 따지고 보자면 모두 그의 선택이었고, 그 역시 오로지 홀로 감당해야 하는 통각이라고 생각했다. 감히 이 책임을 누구에게 전가한다는 말인가. 원더크랩을 지키는 것은 오로지 그에게 주어진 당연한 책임이 아니었던가. 그 고초를 누군가에게 떠넘긴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취기라는 핑계 속에서 그나마 그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는 아예 취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저 이야기를 시작할 하나의 수단이 필요했던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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