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유지/후시이타]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사귀는 두 사람 짧글
성적인 묘사가 조금 있습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메구미가 아직 잠기운이 다분한 손짓으로 침대 옆자리를 더듬었다. 잠이 깰락 말락 한순간,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닫고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뻗칠 대로 뻗친 머리카락이 새로 자리를 잡을 때쯤 침대에서 일어난 메구미는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를 대충 주워 들었다.
무언가 안 보이긴 했지만 나중에 찾을 생각이었다. 잠이 채 가시지 않은 머리에 진회색 스웨터를 먼저 끼워 넣었다.
“메구미, 일어났어?”
문이 열리는 소리에 돌아본 유지가 말했다. 요리할 때면 으레 두르는 주황색 에이프런 차림이었다. 단 한 장. 평소라면 옷을 입으라고 잔소리했을 테지만 묘하게 어젯밤이 떠올라 그만두었다.
“좋은 아침.”
막 일어난 참이라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유지가 타이밍 좋게 건네주는 컵에 물을 따라 마시며 다시금 정신을 깨웠다. 집 안을 채운 맛있는 냄새가 기분 좋았을 터였다….
“메구미?”
허리춤에 둘려진 팔에 유지가 놀라 물었다. 곧이어 어깨 위로 따뜻한 피부가 느껴지자 유지가 난색을 표했다.
“후시구로? 나 지금 불 앞에 있는데…….”
“왜…….”
“메구미도 참…”
에이프런을 들추는 손길에 못 이기는 척 인덕션을 조작한 유지가 뒤를 돌아보려는 참이었다.
“왜… 네가 그걸 입고 있는데. 내 속옷이잖아!”
생각지도 못한 불호령이 머리 옆에서 바로 떨어졌다. 아픈 귀를 뒤로하고 유지는 얼른 아래를 살폈다.
“어라? 오늘 뭔가 좀 다른 거 같더라니.”
“당장 벗어.”
“사귀는 사인데 이 정도는 괜찮잖아.”
“그럴 리가 있겠냐!”
“나 지금 팬티 한 장인데? 꺅, 후시구로뀽~”
“증는치지 마라…….”
“알겠어, 갈아입고 올게.”
씩씩거리는 메구미를 두고 재미없다는 표정으로 에이프런 리본을 잡아당긴 유지가 불현듯 말했다.
“아, 전에 잠결에 네 칫솔 쓴 적도 있는데 그건 괜찮아? 도중에 눈치채긴 했는데 왠지 그렇게 된 거 끝까지 가야 될 거 같더라고.”
새로운 라운드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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