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유지/후시이타] 오래
현대AU 짧은 습작
모브가 등장합니다 이름은 스즈키
“생각해 보니 너 후시구로랑 용케 친하네.”
“응?”
유지가 바삐 움직이던 엄지손가락을 멈추고 되물었다. 일시 정지 표시가 뜬 휴대전화에는 요즘 유행하는 게임의 BGM이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너랑 후시구로, 완전 반대잖아.”
“무슨 소린가 했더니 갑자기 디스냐고.”
유지가 뿌루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후시구로 그 녀석 어둡고 음침하잖아. 말 걸어도 단답밖에 안 하고. 학급행사에도 소극적이고. 항상 무표정이고. 여자애들은 꺅꺅대지만.”
“그래?”
유지가 눈을 또륵 굴렸다. 확실히 학교에서 웃는 모습은 잘 보지 못했지만…
“웃으면 제법 근사해.”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 스즈키가 입을 삐죽였다.
“그리고 동아리도 독서부인 게 깬단 말이지. 남자라면 모름지기 체육이라고!”
“에~ 나도 영화감상부인데.”
“넌 여기저기 불려 나가잖아.”
“그러면 된 거야?”
쓸데없이 열을 내는 친구를 보며 유지가 실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지만 후시구로, 아직 1학기인데도 동아리에서 존경하는 후배들이 있는 모양이고. 성실하고 센스가 좋으니까 선생님이나 선배들한테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단 말이지. 친한 친구가 적다 뿐이지 교우관계도 나쁘지 않고. 성적도 좋아. 이번 중간고사에도 덕분에 살았어. 후시구로는 항상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니까. 운동신경도 좋은 편이고. 나도 후시구로가 좋아. 좋은 녀석이니까.”
“아, 그리고.”
유지가 잊었다는 듯 덧붙였다.
“또 뭐?”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의 칭찬을 한창 들은 스즈키의 반응이 시원찮았다. 그도 그럴 게, 조금 전 방과 후에 어젯밤 밤새워 쓴 러브레터의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나쁜 녀석은 아닌데 이런 얘기를 꺼낸 거 보면 거절당한 이유는 불 보듯이 뻔했다.
“강아지를 두 마리 키워!”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검지와 중지를 펼친 유지가 스즈키의 얼굴 앞에 내밀었다.
“대형견인데 흰 개가 설기, 검은 개가 시루야. 엄청 크고 귀여워. 둘 다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거든. 털도 복슬복슬하고 영리해. 사진 있는데 볼래?”
“됐어… 그것보다 왜 갑자기 강아지 얘기로 흘러간 거지.”
“아니, 못 본 지 오래됐다 싶어서.”
그때 교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교실에 남아있던 두 사람의 눈이 문으로 쏠렸다.
“가자, 이타도리.”
“이제 끝났어? 그럼 내일 보자.”
재빨리 가방을 챙겨 나선 유지가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스즈키를 흘겨보는 메구미의 눈빛이 매서웠다. 학기 초에 미움을 샀다고는 하지만… 중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양호한 건가. 유지는 고개를 흔들고는 메구미를 따라나섰다.
“설기, 시루!”
현관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달려온 개들이 크게 짖었다. 덩치만큼 커다란 방견문을 짚고 빼꼼 고개를 내민 검은 개의 머리를 유지가 쓰다듬었다. 얌전히 두 사람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하얀 개도 헉헉거리며 꼬리를 바삐 움직였다.
“이틀만이지~ 보고 싶었어.”
“뭐가 오랜만이야.”
시루의 목에 얼굴을 묻고 비비는 유지를 보며 메구미는 중얼거렸다. 부엌으로 향하는 메구미의 옆을 설기가 조용히 따랐다.
“다녀왔습니다.”
“어서 와, 메구미. 유지도 왔니?”
“저 여기 있어요, 안녕하세요!”
현관 쪽에서 힘주어 말하는 유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도 기운 넘치는 목소리에 메구미의 어머니가 웃었다.
“유지, 오늘은 저녁 먹고 갈 거지? 오늘은 감자탕에 도전해 봤거든. 어젯밤에 맛있고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하는 동영상을 봤어.”
“그럼 저도 도울게요.”
침 범벅이 되어 시루와 함께 나타난 유지가 말했다.
“손님인데?”
“괜찮아요. 저 요리하는 것도, 배우는 것도 좋아하니까.”
“그럼 나도.”
두 사람 다 손부터 씻고 와.
메구미네 어머니의 상냥한 목소리를 뒤로 메구미와 유지가 메구미의 방으로 향했다.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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