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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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말을 안 들어, 브리지타. 궁에 든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폐하께서는 너무 괘념치 마시지요. 저 부엌 하녀들의 싸구려 날붙이조차 길이 드는 데에는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하물며 그보다 고귀한 것들에는 얼마만큼의 인내가 필요하겠어요?” “그렇다 한들 길이 드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물건은 쓸모 있는 물건이라 할 수 없단다. 물건
헤르디스 크라나흐 제3황녀는 즐거웠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느끼기에는 실로 이질적인 정서였다. 하지만 그건 - 황녀의 한평생을 지배해 온 모든 행동들과는 달리 - 허세나 광증 같은 것이 아니었다. 날 때부터 보이지 않는 우리 안에 자신을 가두어만 했던 자에게 죽음의 가능성은 차라리 해방이었다. 그 사실을 처형 직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되어, 황녀는 이 상황
조슈아 레비턴스 경은 바다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그랬던가. 적어도 멜시샤는 단 한 번도 그가 바다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 재미 없는 - 이 귀여운 수식은 멜시샤가 그에게 붙일 수 있는 최대한의 원망이었다 - 고대 음료 중독자는 대륙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변가로 파견을 가서도 단 한 번도 불필요한 일로 숙소를 떠나는 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