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Ren
피부에 들러붙는 모래알이 맨다리를 타고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듯한 불쾌감에도 이 자리에 머무는 건, 한여름의 햇살을 온몸에 휘감고서 밀려드는 파도 여기저기에 파문을 남기는 저 한 사람 때문이다. 흰옷 아래로 비쳐 보이는 진주색 피부도 우유 섞인 캐러멜 같은 머리카락도, 눈이 아릴 정도로 선명하게 푸른 하늘과 바다 사이의 금색 모래사장 위로 반사되는 빛처럼
유언을 들었어요. 딱히 길게 대화해보지도 않았고, 그래서 친한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유언이었죠. 많은 대화가 오고 가지 않은 데다 친한지도 모르겠다니.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그런 사이도 있는 법이에요. 어쩌다가 마지막을 지켜보게 되었는지, 그 사람은 왜 제게 유언을 남겼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하룻밤 사이 많은 일이 있었지만
눈꺼풀 안으로 비쳐 들어오는 이른 아침의 햇살 때문에 눈이 부셔도 당장 눈뜨고 싶지 않은 날은 누구에게라도 있는 법이다. 오늘은 유독 그랬다. 자는 사이 체온이 내려간 피부에 내려앉는 햇빛이 바닷속에 잠긴 것 같은 착각을 안겨주었다. 밖에서 은은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끊임없이 밀려들어서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물보라 소리가 자장가처럼 다정하게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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