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십덕찌개
서걱, 서늘한 소리가 들렸다. 둔한 감각이 목가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기척을 겨우 잡아냈다. 낮게 내리깔린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새빨간 선혈이 그 아이의 것을 닮았다. 흘러내린 핏방울에 비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내렸다. “…… 아.” 짧은 단말마와 함께 수면 속의 얼굴이 뭉개졌다. 스티븐은 삐걱거리는 팔을 억지로 들어올렸다. 뚝뚝
https://youtu.be/P8ODCzh51WE?si=au3G9LSQgCLTTQ3l 네가 죽여주겠다고, 약속했잖아. 간절한 목소리, 바르르 떨리는 손, 희미하게 깜빡거리는 눈동자. 스티븐은 손을 뻗었다. 목을 긁던 비명이 억센 손아귀에 틀어막히고, 손목을 쥘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머무르다, 이내 축 늘어졌다. 인간은 이토록 쉽게 죽지
“돌아갈 때가 왔어.” 문득, 검은 그림자가 고개를 든다. 야수는 한참을 닫혀 있던 입을 달싹였다. 둥실둥실 떠오른 그림자들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그제야 야수는 제 가면에 금이 가는 소리를 들었다. “레드.” 무너져가는 몸이 그림자의 손을 붙들었다. 공포다. 치솟아 오르는 것은 공포였다. 죽고 싶지 않아. 그릇에 섞인 야수가 외쳤다. 얼룩진 그릇을
바닷속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물결을 따라 부드럽게 일렁이는 해초를 손끝으로 쓸었다. 손가락 사이로 헤엄쳐 가는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간지러워 무심코 웃음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제게 허락되지 않은 세계 속으로 걸음을 딛고, 그들과 어울릴 기회를 받았다. 까슬한 모래가 물과 섞여 부드럽게 발을 감쌌다. 해안가를 거닐던 어린 소년이 자유롭게 바다를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