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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업부. 같은 ‘주임’ 직급을 달고 있지만 경력은 9년 차이, 나이 차는 자그마치 10살. 천경조와 윤윤수는 정오가 되자 빈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단둘이 점심을 자주 들게 된 것은 이해관계가 일치했을 뿐 친밀함의 척도가 아니었다. 윤윤수는 스몰토크를 허용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천경조도 공연히 파고드는 사람은 아니라 둘의 식사는 삼십 분 내외로 끝
1. 알코올과 기억 저조도의 조명과 재즈 음악. 모든 것이 오차 없이 정돈된 바 카운터 뒤에 바텐더가 서 있다. 천경조가 주문을 하자, 바텐더는 진열장에 가지런히 정렬된 유리잔 중 하나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는 첫 손님에게 서빙할 잔의 디자인과 유리의 두께를 면밀하게 따져봤을 것이다. 바텐더는 머리칼을 단정히 빗어넘긴 데다가 몸에 딱 맞아 떨어
옮겨붙어 타오르는 불꽃의 상이 새카만 눈동자에 맺혔다. 그 순간 빨갛게 달궈진 네 개의 눈동자. “할 말 있어?” 예, 입으로 벌어먹는 형편이라 말이라면 얼마든지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격식이든 재치든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말을 늘상 연장처럼 들고 다닙니다. 그중에 적당한 것을 어느 하나 꺼내놓아야 할 텐데. 천경조는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 살아서
형의 귓가에 속닥거린다. 어머니의 손을 끌어당긴다. 돌아오는 말은 없고, 손은 다시 끌어당겨지지 않는다. 나의 집에서는 인력이 작용하지 않는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똑 똑 하고 두 번, 문 안과 밖을 확인하듯, 이곳과 저곳에 동등하게. “형, 무슨 책 읽어?” “우주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대. 진공이라서” “응, 우주가… 소리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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