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eudo journalism

천경조 > 천태랑 (24/05/26)

천경조 by 01
5
0
0

옮겨붙어 타오르는 불꽃의 상이 새카만 눈동자에 맺혔다. 그 순간 빨갛게 달궈진 네 개의 눈동자.

“할 말 있어?”

예, 입으로 벌어먹는 형편이라 말이라면 얼마든지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격식이든 재치든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말을 늘상 연장처럼 들고 다닙니다. 그중에 적당한 것을 어느 하나 꺼내놓아야 할 텐데.

천경조는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요? …머저리 같은 질문이고.

근데 이거 무슨 담배입니까, 쎈 거 피우시네. … 이것도 아니지.

혹시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입니까? …지금 장난하냐?

천경조의 뇌 내 편집국에서 그의 말은 빠르게 검열된다.

우리가 생의 마지막을 목전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면 무슨 말을 해야 좋을까요.

당신과 내가 너무 제정신이라 어리석은 사람이라면, 이 입장을 고수해야 할까요.

목숨값을 놓고 수지타산을 헤아리고 마는 건 언제부터였습니까.

나보다 어른인 당신은 진실을 알고 싶은 자신과 편해지고 싶은 자신이 양립할 땐 어떻게 하십니까.

헤집어놓은 벌집처럼 속 시끄럽게 말이 엉키고 맴돈다.

하지만 언제나 면밀한 검토를 거쳐 내어놓는 그의 말은 상대의 윤곽만 겨우 스쳐 안전하게 우회해 왔으므로…….

그 사이 천경조가 문 불꽃이 필터 가까이까지 왔다. 발화하는 뇌관처럼 이제는 말을 놓아줘야 할 때. 자기 내면을 뒤집어보기를 그만두고 앞에 선 사람을 본다.

실없는 농담에 농담으로 되돌려주는 사람

수사적 질문에 제대로 답해주는 사람.

건방을 떨었더니 거친 호칭으로 대꾸하는 이.

그리고 빌려준 라이터에 이자를 후하게 쳐서 돌려주는 사람

돌려주는 사람.

그게 제가 알고 있는 당신의 전부네요.

가망 없는 미래도 작별해 온 과거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겠다. 지금 호흡하는 것을 분명히 보았으니.

이제 마지막 한 모금. 가늘고 긴 연기가 피어오른다. 입을 열어 발끝에 연초를 떨어뜨린다.

“제가 부르면 대답해 주세요. 저도 그럴 거니까.”

평소 같으면 구둣발로 짓이겨 끌 연초를 스스로 사그라들 때까지 그대로 두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