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프롤로그.

언제나 말하는거지만 이 진실은 나와 당신을 위한 것이라고.

최후의 별 by Parad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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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생각보다 멍청해. 자신들 마음대로 급을 나누고, 평가하고, 판단하며, 차별하지. 그렇게 저 멍청이들 덕분에 이 세계는 지옥도가 되었어. 지옥인건 어디든 똑같지만 그래도 여긴 사람이 살만한 세계는 아니야. 아래에 깔려죽어가는 자들에게는 더더욱 말이지. 난 언제부턴가 이 세계의 이치를 알게되었어. 사람들은 생각보다 추악하고 탐욕이 가득했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라면 어린아이도 이용할 수 있다고.

나도 알아, 그럼에도 좋은 사람들은 존재한다는걸. 하지만 이 세계에 그런 더러운 존재들이 7할정도 차지한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잖아. 그리고 그 이용 당하는 어린아이가 나였다는 것을 깨달았을때, 난 더 이상 어린아이로 남을 수 없었다. 그 사실에 사람들이 역겨웠고, 그게 나와 피를 나누던 가족이라는 것을 알았을때는 더 이상 이 곳에 남아있을 생각이 들지 않았어. 내가 그때 성인이었다면 바로 박차서 나갔을거라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너라면 분명 날 이해하지 못하겠지 친구. 밑에 깔린 천박한 것들은 평생 땅을 기어가며 살아가야하고, 우리같이 고귀한 자들은 높은 별 아래에서 부귀와 영화를 누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이야. 그래서 묻는건데, 우리는 왜 고귀한거지? 왜 저들은 천박하고. 우린 모두 같은 생명이잖아. 좀 더 격하게 말하자면, 다 죽으면 끝일텐데...

...난 이 세계의 이치가 차별인 이유를 전혀 모르겠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으면 나도 편하게 살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러지 못하겠더라고. 그거 기억해? 우리가 현장체험학습을 갔을때 신분 낮아보이는 사람들이 엎드려서 구걸하고 있던거. 너랑 다른 놈들은 익숙한 일이라고 떠들었지만, 난 한참 그걸 보고있었잖아. 너무나도 괴상하고 이상해서. 왜 다 같은 사람인데 사는 것이 달라야하는지 말이야. 이 당연할지도 모르는 생각을 너를 포함한 다른 귀족들은 하지않고 말이야. 내가 이상한건가라는 생각을 처음에는 했었어. 하지만 곧, 내가 이상한게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지. 이상한건 너희들과 별이야.

그렇게 지껄이지마, 어차피 나는 너희들처럼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여서 니들 말 하나도 안 듣거든. 네놈들과 내가 다른 점은 단 하나야. 나는 완벽하고, 너희들은 불완전이라는거지. 운명이란게 참 신기하더라? 원래대로였으면 저기 위대한 6성의 주인인... 누구셨더라? 아무튼 붙잡혀서 그 시꺼먼 놈 발닦개짓이나 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그러니 이 참에 말하지. 나는 네놈들에게 귀속될 생각도, 발닦개가 될 생각도 없어. 가족따위 내 알바도 아니고, 동시에 왕좌도 앉을 생각에 없어. 그럼 뭘 원하냐고?

자유를 원해.

내가 왕좌에 앉아봤자 반발, 반란 같은거나 일어날테고, 거기다가 이 미친세계에 뿌리내린 차별같은게 사라질리가 없겠지.

그러니 이제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말하겠다.

이건 '그'를 위한 복수야.

그러니 어디 한 번 붙어보자고, 별이라면 이미 많이 죽여봤어. 1성이나 6성이나, 다 거기서 거기더군. 네놈도 마찬가지일테고. 그래도 네 놈이 마지막으로 지옥길 구경하러 가는건데, 이왕이면 나를 좀 즐겁게 해주고가. 저 놈이나 이 놈이나 마음대로 떠들다가 맥없이 죽어버려서 웃음이 안 나오니까.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날 미친놈이라고 부르지 좀 말고.

폴룩스 폰 캄파벨라,라는 좋은 내 이름 냅두고 뭐하는 짓인데?


그의 악명은 예전부터 꽤 유명했다. 그래봤자 시작은 약 4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한 약하디 약한 존재가 썩다못해 곪아버린 세계를 뒤엎어버린건 굉장히 이례적인 이야기이지. 하지만 이건 놀랍게도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다면 모두가 믿어줄까?

아마도 누구든간에 이 사실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피냄새가 코를 찌른다.

주변에는 살아있었던 것들이 널부러져있고 그 참상 속에 꼿꼿히 서있는건 두 사람 뿐이다.

한 때 꼭대기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자.

그리고 이 세계의 이치에 반기를 들고자 스스로 꼭대기까지 온 자.

강한 자가 곧 법이 되고, 약한 자가 노예가 되는 불합리한 세계에서 의문을 던진 자는 오직 하나뿐.

그리고 그 의문은 곧 무덤 아래에서 썩혀있던 진실을 여는 포문이 되었다.

이 싸움의 끝에는 큰 변화는 없을것이다. 당연하게도, 세상은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뿌리를 뽑는다고해도 잔뿌리는 남아있고, 동시에 추악한 자들은 죽지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럼에도 그에게 왜 이런 짓을 하냐고 묻는다면, 그는 이렇게 답할것이다.

이건 그저 복수고, 동시에 언제나 말하던 것이지만 이 진실은 나와 '당신'을 위한것 이라고.

그리고 동이 틀기 전 하얀 별이 떠오르고, 검은 별이 추락했다.

이 이야기는 왕관을 짊어진 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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