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할 만큼 일가친척이 세계 곳곳 흩어져 사는 브리스코들은 연휴마다 온 가족이 여기저기 비행기 타고 떠나기로 널리(동네에)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말 아들 브리스코만은 가족 여행을 거부하고 집에 남았다. 아버지 브리스코는 입술을 씰룩거리며 얼씨고, 퍽도 '집에' 남겠다, 같은 중얼거림으로 아들의 귀를 벌겋게 만드는 데 성공했는데 과연 틀린 말도 괜한
"미스터 녹스. 잠깐 좀 괜찮으실까요?" 짐칸이 다 너덜너덜하게 터진 트럭에서 마지막으로 내린 윌슨은 여태 피와 점액으로 범벅이 된 신발 하나 갈아신지 못한 채였다. 상태가 좋지 않아 뵈는 리볼버를 본 알반이 마침 선반을 뒤져 찾아낸 소제용 솔과 기름을 건네주려고 했으나, 윌슨은 고개를 저으며 그를 잡아 끌고 창고 뒤로 갔다. 불을 피워둔 공터에서 떠
카네시로 선단은 우주해적 출신 선조가 어쩌다 떼돈을 벌어 이름이 알려진 케이스다. 말은 제3외행성계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비전이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그 뒤로도 쭉 그냥 돈 많은 우주해적, 깽값 물어줄 자신 있는 우주깡패, 뭐 그런 존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제는 그 시절처럼 보이는 우주선 다 공격해가며 털어먹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게 되어 좀
굳이 따지자면 써니는 형의 친구. 그러니까 나는 아마도 친구의 동생. 우리 둘은 친구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친구……도 맞긴 맞겠지. 써니는 다른 애들이 동생이란 존재가 지독하게 귀찮아서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 올려두고 도망쳤다가 어머니에게 볼기짝을 두들겨 맞던 시절에도 곧잘 나를 끼워 놀아주었고, 그건 나이를 더 먹은 뒤
"와으헉! 너, 너, 너 그거 뭐야!" "뭐긴 뭐야, 사람을 보고 지금..." 아, 나 말하는 게 아니구나. 급히 목을 감싸 가렸지만 유고는 이미 놀랄 대로 놀란 뒤였다. 너무 펄쩍 뛰며 비명을 질러대서 나까지 덩달아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하마터면 남는 손 대신 머그를 들고 있던 손을 쓸 뻔했는데, 차라리 그랬으면 커피 쏟고 수습한다는 핑계로 유고
먹고사는 문제라면 천하가 다 아는 대도가 되는 건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실제로 팬텀 시프라 불리기 전, 그러니까 적당히 입에 풀칠이나 하기 위해 훔치며 도둑질이란 적성을 찾아갈 무렵에 알반이 가장 많이 훔친 것은 적당히 잘 사는 행인들의 지갑 또는 지갑 속 현금이었다. 그 현금이 너무도 절실한, 즉 고만고만하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털어먹지 않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