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해향화
30시간이 넘도록 밀실에 방치되며 트라우마와 공포증에 절여져, 한동안 몸을 움직이기는 커녕 말 한마디 꺼내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것이 간신히 회복되고, 이제야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한 짝 뿐인 손을 쥐었다 펴본다. 제대로 움직이네. …무언의 결심을 하곤 병실 밖으로 나섰다. 아주 조금의 준비가 필요했다. 어느 것이든 상관이 없다. 쓸만한
우연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가장 잔인한 것이다. 예로부터 감이 좋은 편이었다. 술집에서 쎄함을 느껴 잔을 엎으니 그대로 술이 닿은 부분이 까맣게 끓으며 녹아버렸던 적도 있고. 서늘한 기운에 당일 약속을 파토내니 그날 갑작스레 테러가 일어난 적도 있었고. 오늘도 어김없이 그랬다. 어디선가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단 발이
(함께 들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동공이 갈 길을 잃을 정도로 밝은 대낮. 장소는 병원 옥상. 온통 하얀색인 그 실내와는 달리 구린 색감의 초록색이 바닥과 펜스를 덮은 투박한 장소. 향하는 문에 낡은 자물쇠를 채워둔 건 그러한 촌스런 풍경이 민망해서였을까 싶다. 그럼에도 넌 그곳이 학교 근처 공원의 잔디밭을 닮았다며 좋아했지. 여기에 토끼풀이 있다면 반
01 어릴 적의 기억, 가장 낯익은 장소는 아버지와 단둘뿐인 집이었다. 부는 바람에 삐걱이는 문, 받침대를 밟고 올라가 빨랫감을 널던 뒷마당. 요리, 빨래, 청소…. 모두 홀로, 혹은 옆집 아주머니들께 배운 것들이었다. 어머니는 계시지 않았다.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세계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고 계신다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매일 새벽 어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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