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좋은 안녕이라 할 지라도 안녕 자체가 달갑지 아니하면 어쩐단 말인가
그 씁쓸한 얼굴마저 더 담아두고픈 시간. 어쨌거나 당신은 저에게 있어 생의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내고 있는 소중한 이가 아니던가. 다만 억지로 표정을 드러내게 할 일은 없다. 불쾌할 것을 알고 있을 뿐더러 저가 그런 행동을 하기엔 모순이니까. 저는 늘상 표정을 숨기고 있었으니까. 저를 껴안는 당신 마주 안았다. 누군가를 안는 것조차 오랜만이다. 이 온기가, 향수를 돋게 한다. 여지껏 그래왔듯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애정했던 이들이…. 슬 손 올려 당신 머리 느릿하게 쓰다듬는다. 당신 말을, 그렇게 가만히 들었다. 당신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놀랐고, 제 흔적을 데리고 여행을 가겠다는 그 계획에 고마웠고. 그럼에도 그저 당신 토닥이며 이야기를 들을 뿐이다. 여지껏 떠나보내는 위치에만 서있었기에 몰랐다. 떠나가는 이의 마음은 이런 것이었구나, 를 느끼고 있다.
그거 아는가. 지금 제 몸상태는 최악에 가깝다. 당장에 피를 토하며 쓰러져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육체에 무리가 온 상황. 그럼에도 이리 멀쩡할 수 있는 건 오롯이 의지 하나 덕분이다. 그저… 병상에 누워 허망하게 떠나가기 보단, 조금이라도 더 아끼는 이의 옆에서 스러지고 싶다는 마음. 그것이 당신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고 싶다는 이기심이다. 소중한 친구, 그런 호칭 하나로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니까.
당신의 마지막 말 이후 이어진 언어의 공백. 느릿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 …그래도, 불가능한 걸 아시잖습니까.
당신 토닥이던 손 제 가면에 가져다 댄다. 당신의 머리에 제 가면 비스듬히 씌워준다. 가면 뒤 드러난, 씁쓸하게 미소 짓고 있는 나이 든 중년의 얼굴, 그 얼굴의 절반 이상은 흉한 화상 흉터와 여러 베인 흉터들로 엉망이다. 홀로와 함께를 교차해가며 긴 세월을 견뎌온 흔적이리라. 그리고… 아마, 제 손으로 가면을 건네준 이는 당신이 처음이겠지. 어차피 당신에게 갈 물건이니, 어떠한가. 그저 그 얼굴로 당신 바라보며 담담히 웃고 있다. 착잡한 건 당신이나 저나 마찬가지이지만, 저는 이미 이별의 준비마저 끝내두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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