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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s.

수천 송이의 장미가 목이 꺾여 죽었다.

자캐 by 해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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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시에 어떤 사건 하나에 휘말렸어. 몇 개월인가, 나같은 곤충들만 한 데 모여 같혀있었지. 공공연하게 알려지진 않았어. 당연한 거지. 여기 곤충들 취급이 어떤지… 대충 알 거 아냐. 응?
그 사건에서 빠져나온 뒤에는 갈 곳이 없었어. 원래도 방랑자 신세였지만 말이야, 그나마 돌아갈 곳은 딱 한 곳 뿐이었거든.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자라온 고향. 인신매매와 살인, 강도, 마약같은 불법적인 일들이 일상인 곳. 깊은 뒷골목 언저리. 돌아가고 싶진 않았지만, 당장에 살아야 했으니까. 무턱대고 거기로 돌아갔다? 그게 실수였어.

내가 속한 무리가 있었어. 그 수많은 비윤리적인 일 중에서도 장기매매와 살인청부업을 메인으로 삼고 있는 무리. 난 스물 중반 쯤에 골목을 떠나면서 무리에서도 도망쳤었거든. 하필 내가 그곳으로 돌아갔던 때에, 나와 사이가 안 좋았던 애가 그 무리의 리더를 맡고 있었던 거야.
이후에는 처참했지. 몇 시간을 텀으로 피를 토할 정도로 얻어맞고. 뼈에 금도 몇 번 갔어. 기절도 여러번 했고, 죽을 뻔한 적도 많고. 한 짝 남은 날개도 뜯겼지. 멍자국이랑 칼자국은 아직도 남아있을 정도야. 끊임없는 고문, 구타, 협박, 가스라이팅…. 3시간 내내 복종하라, 죽여라! 두 단어만 반복되는 녹음 들어본 적 있어? 진짜 끔찍해, 그거.
뭘 더 당했더라. 그 무리의 가장 밑바닥에서 구르면서…. 다른 무리에 스파이로 가서 정보를 캐오라는 명령도 들었었고, 시체 처리라던가… 더러운 일들은 다 내 일이었지. 어쩌겠어. 안 들으면 죽는 신세였는데. 좀 더러운 일도 당할 뻔했지. 어른들끼리 몸 섞는 그거. 난 그거 그렇게 안 좋아하거든. 마음 없는 사람이랑 하는 건 특히. 다행히 기절할 때까지 맞아주니까 안 하더라고. 다행이었지. 그 정도면 값이 싸니까.

제일 힘들었던 게 그거야. 내 목숨 하나 건지려고 죽이고 팔아넘기고 장기를 뜯어낸 이들이 이천명은 족히 넘어갈 걸. 고작 9개월 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을 내가 죽였다는 게…. 어른아이, 노인, 남녀, 종족 가릴 것 없이 그렇게 많이 죽여댔다는 사실 자체가 나 스스로도 혐오스러워. 아직까지도 그 사람들의 눈알이나 신장따위가 내 눈앞에 내뒹굴 정도로. 이젠 총이나 칼, 피만 봐도 손이 떨리고 숨이 가빠져. 내가 또 누굴 죽였나? 아니면 내가 죽으려나?… 싶어서.
2개월 전쯤인가. 아니, 3개월이었나? 간신히 아는 지인한테 연락이 닿아서 탈출에 성공했어. 어깨 한 쪽에는 총을 맞고, 다리 한 짝은 부러졌고. 입에선 피가 울컥울컥 토해지는데, 엔도르핀 덕에 머리는 핑핑 돌아가더라. 진짜 죽을 각오로 도망쳤어. 그 무리가 내 뒤를 쫓아온 건 모두가 알지만, 내 눈에는 그 이천명의 시체들. 내가 십대에 죽였던 다른 이들의 시체도 한꺼번에 날 쫓아오는 거로 보였거든. 네 책임을 두고 어디가냐는 것처럼. …무서웠지. 정말, 정말……. 아.
기억하기 싫었어. 이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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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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