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以後不用再看人家的眼色了

진정 끝이어야만 한다, 끊어내기로 결심하였으니까.

자캐 by 해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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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시간이 넘도록 밀실에 방치되며 트라우마와 공포증에 절여져, 한동안 몸을 움직이기는 커녕 말 한마디 꺼내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것이 간신히 회복되고, 이제야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한 짝 뿐인 손을 쥐었다 펴본다. 제대로 움직이네. …
무언의 결심을 하곤 병실 밖으로 나섰다. 아주 조금의 준비가 필요했다. 어느 것이든 상관이 없다. 쓸만한 날붙이, 청테이프. 둘 다 어디선가 찾을 수 있을 터다.

때문에 창고를 찾았다. 별별 먼지쌓인 잡동사니들이 자리잡고 있을 터다. 쇠지렛대, 삽, 밧줄, …. 이리저리 도구 찾아 뒤적였다. 조금 높은 선반에서 청테이프를 찾아 낮은 곳에 내려두고, 그 옆에 기대어 세워진 도끼를 손에 잡아보았다. 원래는 장작따위를 패기 위한 용도였겠지. 다만 지금은 이것이 제일 적합하리라. 그리고, 시선을 돌린 곳, 내가 선 구석의 맞은편 구석. 당신이 마침 처박혀 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참… 이럴 때가 다 되어서야 도움이 되는 이구나. 생각하며, 청테이프를 들었다. 당신 입을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 한 팔 뿐인 탓에, 입을 막기 위해 머리 전체를 빙빙 둘러 막아야만 했다. 이 정도면 괜찮을까. 팔은 부러 구속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제 한 팔의 힘이 당신의 두 팔의 힘보다 강할 것이다. 그걸 당신도 잘 알고 있고 말이다. 둥근 테이프가 당신 얼굴 하관에 매달린 채 대롱거렸다. 도끼를 들었다.

가장 먼저 당신의 빌어먹을 그곳을 내리쳤다. 당신이 고통에 곧바로 눈을 떴다. 어차피, 아무것도 못하니까. 당신 반응 따위 무시한 채 몇 번이고 같은 부분을 내리쳤다. 이제 당신이 무슨 몹쓸 짓을 할 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이쵸는, 글쎄. 조금 아쉬워하려나. 아무튼 간에 말이다, 내가 이 병원에 입원하기 이전에 당신에게 데려온 이들이 당한 짓들. 그것에 대해 대신 속죄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다음은 다리다. 왼쪽, 그리고 오른쪽. 무릎 바로 아래 부분을 정확히 겨냥하여 완벽히 토막냈다. 귓가가 조금 어지러워 당신 복부를 발로 몇 대 찼다. 소란스러운 건 좋지 않다. 무엇보다, 당신은 원래 이런 걸 좋아하잖아. 그래서 더욱 불쾌하기 마련인 것이다. 바닥이 당신 하반신에서 흘러나온 피로 흥건해졌다. 잠시 고민하다. 근처에 있는 도구를 이것저것 가져와 당신 상처부위를 지혈했다. 왜 그러냐는 듯한 당신 눈빛에 답할 생각은 없다. 단지, 당신은 죽으면 안 되니까. 난 곧 죽게 될텐데, 당신을 보기 싫어 죽으려고 이러는 것인데, 저승에서 빠르게 얼굴을 마주하면 내 기분이 더럽기만 한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쵸가 많이 슬퍼할 것 같다. 마르크는 꽤 기뻐하겠지만, 말이다.

모든 처치가 끝났다. 이 미친 병원이라면, 분명 이 장면도 감시하고 있지 않을까. 아무렴 상관없다. 난 죽는 것이 목적이다. 목숨 붙이는 것에 급급하여 섣부른 선택을 하던 열몇살의 아이는 이곳에 없다. 시선을 옮기자 당신이 팔로 움직이려하는 조짐이 보였다. 곧바로 조금 전 미리 봐둔 밧줄을 가져와 당신 상반신도 구속하였다. 이제 정말 움직이지 못하겠지. 당신을 창고 한가운데에 옮겨두곤, 그 옆에 도끼 내려놓았다. 당신 얼굴 가볍게 쓸어보였다. 역겨운 면상, 이제 두 번 다시 볼 일 없었으면 한다. 당신 귓가에 속삭였다.

“ 오래오래 살아, 박사. 그게 내가 목숨까지 버려가면서 이 짓을 한 이유라서. ”

그 말을 끝으로 창고를 나섰다. 잠시 고민하다. 창고 안에서 챙겨나온 쇠사슬과 자물쇠로 창고 문 굳세게 잠궜다. 이건 전부 당신이 값지게 받아야 할 업보다.


흰 옷이 피로 얼룩져 더러워졌다. 답답했던 하네스도 벗어낸 참, 마지막 산책이다. 복도를 걷다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역시나 놀란 표정, 이어지는 한숨. 미소 지을 여력은 없다. 당신도 알 것이다. 난 지칠대로 지쳤다. 당신이 무어라 따박대며 쏟아내는 말들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성가시다는 듯 한숨 푹 내쉬곤, 귀걸이 잡아뜯었다. 귓불에서 피가 뚝뚝 흐르지만, 아무렴. 내 목적을 확실히 하기 위해선 이것만한 것이 없다. 당신 손에 귀걸이를 툭 던졌다. 버리든 태우든 깨버리든, 마음대로 하란 말만 건네었다. 창고에 그 사람이 있다는 말도 함께. 당신이면 알겠지. 내가 무슨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그대로 걸어나간다. 창문 밖으로 눈이 보인다. 눈, 하얀 눈……. 참, 하늘도 거짓말같지. 어쩜 오늘 그날처럼 눈이 내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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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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