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복도 주변을 가볍게 살벼본 다음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이 떨린다. 주머니를 뒤적거려보지만 손에 걸리는 게 없다. 아까 먹은 이성회복제가 끝인 모양이다. 박사는 비상용 안쪽 주머니에 담긴 빈 앰플을 보다가 내팽겨치고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근육 경련 오지 않음. 시야 멀쩡함. 짜증은 언제나 있음. 식은땀 남. 어지럼증 심하지 않음. 누워서 쉬면 해결
"맹우여." 박사는 느릿하게 뒤돌아선다. 이 넓은 테라에서 자신을 맹우라고 부르는 자는 몇 없다. 과거에 얼마나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이 로도스 아일랜드 내에서는 한 명 뿐이다. 멀찍히 다가오는 발걸음은 조금 무겁다. 익숙해진 습관에서 이 연인의 기분이 조금 언짢다는 걸 재빨리 알아차린 박사는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옆구리에 끼고 완전히 몸을 돌려
박사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중요한 고위직 임원이기에 본인이 원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꾸준한 관리를 해준다. 단순한 스케줄 부터 식단과 신체 관리까지. 그 관리를 때로는 거부하고 때로는 어기기도 하는 박사지만 신체검사는 뭘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신체 검사지의 경우는 대체로 운동 부족과 과로 등의 인정하고 바꾸기 어려운 습관들로 빼곡하게
못 볼 걸 봤다. 박사는 나름 조심스럽게 문을 닫으며 발걸음을 옮다. 문틈으로 시선이 마주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마주치면 어떻고 안마주치면 또 어떤가. 하지만 귀찮아 지는 건 질색이다. 로도스 업무도 잔뜩 쌓여있는데 이런-. 박사는 혀와 속마음을 같이 씹는다. 박사가 카란 무역회사에 들리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카란 무역회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