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1800년 전쯤? 아니, 아무튼 옛날에요. 산속에는 회색 털에 하늘색 동그란 눈동자를 가진 작고 귀여운 토끼가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회색 토끼에겐 부양해야 할 자기 자신이 있었기에 매일매일 부지런히 움직였어요. 혼자 살면 잔소리 할 동물이 없으니 여유를 가져도 되는 거 아니냐고요? 전혀요! 세대주이자 유일한 세
세상에서 숨길 수 없는 것은 두 가지 - 재채기와 사랑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조인 字 자효에 한해서는 전자 한 가지만이 해당할 뿐이라고 조조군에 속한 전부가 단언할 수 있었다. 가끔은 한술 더 떠서 "조인은 사실 커다란 바위에 일만 번 기도를 올려 태어난 인조인간이라 재채기도 하지 않는다"며 어리숙한 병사들을 놀려먹는 이도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우스갯소
"……." 동그랗고 빨간 불빛 아래 멈춰 서있는 차 안.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검은 시트 위에는 민트색 종이봉투와 빨간 장미 한 송이가 어색하게 놓여있었다. 그리고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그것을 쳐다보기를 한 번. 두 번. 셋넷다섯여섯……. 손바닥만 한 봉투 안에 폭탄이라도 든 것처럼 몇 초에 한 번씩 옆자리를 힐끔거리던 조인은 뒤늦게 바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