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봉봉
1강. 쾌락의 불가능 쾌락은 단독적이다. 이는 주관적이며,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이 불가하느냐, 그것은 소통이다. 소통은 언어를 통해 가능하고 쾌락의 언어는 바로 욕망이다. 하나의 대상을 지칭하는 어휘가 다르다면 소통이 불가하다. 화자와 청자의 언어가 달라도 마찬가지로 소통이 불가하다. 들으려하지 않고, 말하려 하지 않아도 소통이 불가하다.
한가한 일요일 오전, 느긋한 햇살을 받으며 극히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잠에서 깨어났다. 머리색과 크게 다르지 않은 파자마를 걸친 채 실내용 구두로 주방을 향해 걸었다. 오로지 제 손길만이 묻은 식기와 테이블을 더듬으며 뜨거운 커피를 내리고, 그것이 식을 때까지 채광 좋은 대리석 테이블에 그저 두었다. 수려한 잔에 담긴 커피에선 이따금 햇살에 반짝이는
이 구두가 어울리는 분으로. Evening sandals by Andre Perugia, 1928-29,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156346
아침 러닝도 잊은 3월 17일의 오후, 뉴인치 번화가 한복판에 자리한 대리석 외관의 고상한 갤러리 건물 최상층에는 <라베른 갤러리>의 주인인 에드가가 따스해진 햇살이 들이치는 와중에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필시 서류라도 들여다보다 농땡이라도 피우고 싶어진 것이다. 지금 자신이 프랑스에 있었다면 이 햇살을 만끽하며 남편 상사가 초대한 연말 파티에서 춤추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