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마

시간이여, 멈춰라. 너 참 아름답구나

ㆍ키류마지 ㆍ7외전 스포

멀뚱.

숟가락을 문 사에지마와 멸치조림을 깨작이고 있던 마지마, 두 사람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이고를 바라보았다.

"뭐꼬, 니. 갑자기"

"뭐 잘몬묵고 중2병이 도진기가"

두 어르신의 타박에, 다이고의 볼이 마치 입고 있는 잠옷의 곰돌이 무늬처럼 퉁퉁 부었다.

세 사람은 주말 아침, 은신처에서 식은 보존식을 먹는 중이었다. 안 깎은 수염이 거슬거슬하게 일어난 얼굴로. 사에지마는 아예 웃통을 벗어제끼고 있었다.

"파우스트요, 파우스트! 유명한 구절이예요. 아까 마지마 씨가 한창때 동성회 이야기를 하시길래 한 번 해 본 소리라구요!"

"파우...머꼬? 그기"

"아아들 궁디에 바르는 거 있잖드나"

"그건 파우더! 이건 파우스트! 책 제목입니다! 악마와 계약한 주인공이 계약을 파기해 버리는 중요한 장면이라구요!"

"내 평생 읽어본 책은 회계장부밖에 읎는데"

"자랑이 아이다 형제야. 내도 파우 뭐시기는 몬 읽어봤는데"

"됐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냥 밥 먹읍시다"

부루퉁한 얼굴로, 다이고는 도로 밥그릇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마지마는 히죽히죽 웃으며 사에지마를 향해 짐짓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 임마 삐졌데이"

사에지마는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다이고, 장조림 더 주까?"

"안 삐졌어요! 장조림은 주세요"

"그 와중에 고기는 챙겨먹는기고"

"아아 그만 놀리라, 형제야"

그렇게 또 지루한 소텐보리 은둔의 나날이 시작되었다.


"점내 금연이라..."

옛날에는 허락했던 것 같은데. 마지마는 한래 바깥의 흡연구역으로 이동하면서 작게 투덜거렸다. 해가 갈수록 야쿠자에게도, 흡연자에게도 힘든 세상이 되고 있었다.

답답하다고 느끼는 한 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이제 자신이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의 시대는 지났다고. 자신은 옛 시절고 함께 저물어가는 노인이라고.

그래도, 자리를 떠나기는 싫었는데.

죽었던 사람이 돌아와서 함께 밥을 먹고 있는데.

복도 끝에 놓인 재떨이에 도착해서, 하이라이트를 꺼내 불을 붙였다. 칙. 안심이 되는 진한 냄새와 입안 가득 퍼지는 쌉싸름한 연기.

멍하니 연기를 빨아들이며, 마지마는 생각했다. 일분일초가 아쉬운데 이렇게까지 담배가 당긴 이유는 뭘까.

어쩌면 계속해서 모르는 사람 행세를 관철하고 있는 키류의 태도 때문일지도 몰랐다. 7년만에 만났는데 따뜻한 말 한마디, 손길 하나 내밀지 않는 그 태도 때문에.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그만큼 무거운 무언가를 안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 녀석은 언제나 그랬다.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중요한 약속을 해 버리고, 자신에겐 알리지도 않고 덜컥 무언가를 떠안고.

무심한 놈.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마지마는 눈을 감고, 짙은 연기를 후욱 내뱉었다. 여태까지도 그래왔듯이, 녀석의 행동에는 다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도리를 따지지 않고는 움직이지 않는 놈이니까. 그러니까, 녀석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이 괜히 키류를 얽매어서는 안 되었다.

자신이 반한 것은 자유로운 도지마의 용이었다.

다이도지의 목줄이 채워진 지금도 자유로운 용인가?

문득 생각하고, 픽 웃었다. 물론이고말고. 그렇지 않았더라면 오늘 그 자리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키류는 변하지 않았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꽉 끌어안았다.

놀라서 소리치려다, 깨달았다.

익숙한 냄새, 익숙한 체온.

"잠시"

익숙한, 어딘가 꽉 잠긴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이 메인 것처럼.

"잠시, 이대로 있어도 되겠습니까"

온갖 말들이 가슴속에 떠올랐다, 사라졌다. 마치 폭풍처럼, 가슴을 터뜨릴 것처럼 요란하게 뒤엎으면서. 시야가 하얗게 물들어갔다.

"그러소"

짧게 대답하는 마지마의 입술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따뜻한 숨결이 느껴졌다.

아아, 살아있구나.

두 사람 모두 새삼스레, 그렇게 느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마지마는 허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악마와의 계약이라.

정말 그런 게 있다면 좋을텐데.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린다면 좋을텐데.

이 순간이 영원하면, 좋을텐데.

허공에서, 피우다 만 담배는 조용히 타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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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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