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선장
촉수와의 유리는 때때로 오토에게 공허감을 안겨주었다. 동력원을 잃고 사용을 기약 받지도 못한 채 한구석에 치워진 부산물들과 자신을 별반 다를 바가 없다며 자조하는 일이야 자주 있었다. 그러나 외로움은 단순히 타인을 만나는 것으로 잊히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온기를 나누지도 못하고 빼앗기만 하는 물건은 공허를 메우기는커녕 더욱 깊게 파냈다. 허무에서 벗어나야지
로잘리 옥타비우스는 불길한 열기와 공포, 유리 파편을 뒤로 하고 희미하게 눈을 떴다. 가슴께까지 덮인 얇은 천이 체온을 가둬 따뜻했고, 분출음을 내며 작동하는 가습기 덕에 숨이 불편하지 않았다. 아니, 가습기 덕분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아주 적절한 밀도와 비율의 공기가 들어왔다. 이를 위해 코와 입을 덮은 마스크는 그가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였는지 알려주었다
누구도 붙잡을 수 없는 것, 인간이 오래도록 염원했음에도 그저 붙잡았다는 착각만을 생산해내는 데에 불과했고 이후에도 그러할 것이 하나 있다. 어딘가에서는 쏘아진 화살에 빗대고, 어디서는 발이라도 달린 듯 말하는─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생기는 변화는 명확하죠. 어떤 대상의 역학적인 상태를 기술할 때는 필연적으로 시간과 그 흐름에 의존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불 속에서 한참을 뒤척이던 오토는 결국 옆으로 돌아누웠다. 끔찍했던 기계팔이나 상체를 짓누르던 벨트는 떼어내더라도 척추에 완전히 융해된 핀과 지지부는 제거할 수 없었던 탓이었다. 등을 대고 누웠다가는 3시간이면 등줄기가 배겨 왔다. 처음부터 신체가 면에 완전히 닿는 자세로 자면 되었을 텐데 매번 똑바로 누웠다가 불편해하기를 반복했다. 익숙한 시간에 다
사랑하는 로지. 첫 번째 줄은 수신인으로 시작했다. 오토는 그 끝에 점을 찍고 한참동안 텅 빈 종이를 노려보기만 했다. 물론 이런다고 다음 단어가 술술 생각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눈빛─그리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받은 종이가 자연적으로 발화할 가능성이 더 컸다. 로지를 생각하면 몇 날 며칠에 걸친 고민 끝에 내놓은 문장마저 초라하고 볼품없었다. 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