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선장
그는 도망치고 있었다. 산발적인 불빛 탓에 사위로 얕은 어둠만이 깔린 밤이었다. 추적자가 붙었다면 인간적인 감각만으로도 쉽게 알아챌 만큼 밝았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두려워할 실체가 없으니 오토는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기껏 되찾은 고요를 상실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 혹은 자기를 향한 불신일지도 몰랐다. 머리가 복잡했다. 이제
촉수와의 유리는 때때로 오토에게 공허감을 안겨주었다. 동력원을 잃고 사용을 기약 받지도 못한 채 한구석에 치워진 부산물들과 자신을 별반 다를 바가 없다며 자조하는 일이야 자주 있었다. 그러나 외로움은 단순히 타인을 만나는 것으로 잊히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온기를 나누지도 못하고 빼앗기만 하는 물건은 공허를 메우기는커녕 더욱 깊게 파냈다. 허무에서 벗어나야지
로잘리 옥타비우스는 불길한 열기와 공포, 유리 파편을 뒤로 하고 희미하게 눈을 떴다. 가슴께까지 덮인 얇은 천이 체온을 가둬 따뜻했고, 분출음을 내며 작동하는 가습기 덕에 숨이 불편하지 않았다. 아니, 가습기 덕분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아주 적절한 밀도와 비율의 공기가 들어왔다. 이를 위해 코와 입을 덮은 마스크는 그가 얼마나 불안정한 상태였는지 알려주었다
누구도 붙잡을 수 없는 것, 인간이 오래도록 염원했음에도 그저 붙잡았다는 착각만을 생산해내는 데에 불과했고 이후에도 그러할 것이 하나 있다. 어딘가에서는 쏘아진 화살에 빗대고, 어디서는 발이라도 달린 듯 말하는─ “─시간의 흐름으로 인해 생기는 변화는 명확하죠. 어떤 대상의 역학적인 상태를 기술할 때는 필연적으로 시간과 그 흐름에 의존하게 됩니다. 따라서
동반성 (2022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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