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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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이었다. 싫어하는 것 극히 드문 인간에게서 이런 생각 들도록 하려면 도대체 몇 개의 악재가 겹쳐야 하는 건지. 상흔을 남길 정도는 아니었으나 드물게 짜증나는 일만 겹친 게 원인이었다. 당장 진행되는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썩 흥미로운 것도 아니니 쌓일 수밖에. 성미대로 차분히 살펴볼 수 없는 단체생활에서 오는 거슬림과 두 번의 죽음을 맞게 한
케이 모피어스. 서른 넷, 남성, 신장은 190cm 이상. S급 센티넬. 특이사항은 손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 같은 팀이라 늘상 얼굴 마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얼마 전까지는 가이딩 연습 상대까지 되어준 인간. 침식률이 오르기만 하면 인상 찌푸리는 몇 안 되는 센티넬 중 가장 접근하기 좋은 상대였다. 웬만한 인간보다 합리를 따져 계산에 철저했으니까. 적어도
뱀 같은 인간. 정치질 따위 우스운 능구렁이. 예쁘게 박제된 밀랍 인형. 모두 레안드로 펠레스를 수식하는 단어였다. 공통점은 인간 같지 않다는 점에 있다. 삼십 년 넘게 살며 얻은 수식어가 죄다 인간답지 못하다는 말이니 그 성정이 보편적이지 않음은 모를 수 없다. 레안드로 자신조차 제 평판을 알았고, 어째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까지 납득 가능했다. 조금만
12월 23일. 두말할 것도 없이 에제의 생일이었다. 저택 전체가 떠들석해지는 비스티온의 파티 기간. 꽁꽁 싸매고 개방하지 않던 저택 대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몇 안 되는 행사. 연말까지 이어지는 기분 좋은 종착지. 수식하는 말은 거창했지만 에제가 느끼는 것은 또 달랐다. 웃는 얼굴, 양껏 꾸민 복장, 전신에 흘러넘치는 생기. 모두 꾸며내지 않고 드러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