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선풍기
“저는 정말로 당신에게 가치가 있나요?”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션 오스본... (그러고 보니 이제는 클라크였다.) 이라는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 대부분이 실없는 것이긴 했지만. 이번 질문은 그것들 중에서도 새롭게 상위권을 차지할 자격이 충분했다. "당연하지." 굳이 보던 논문을 접을 만큼의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기에, 나는 태연히 다음 장을 펼쳤
누군가를 위해 쓰는 마법만큼 가장 강렬하고 환상적인 것은 없다. “헛소리네.” 션이 첫 문장을 읽자마자 카롤리나는 자신의 감상을 단적으로 전했다. 그가 씁쓸하게 웃으며 시집을 덮는 것을 카롤리나의 은빛 시선이 무심하게 따라간다. 그녀가 이런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진작 알았지만… 황궁에 초대받아 낭송회를 열었다는 문학가의 시도 카롤리나한테는 ‘
"내 욕망대로?" "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저를 마음대로 써 주세요!" "이미 그러고 있는걸?" 뭔가 했더니 언제나의 응석이었나. 보고 있던 논문집에 다시 시선을 옮기니 위로 검은 채찍이 대뜸 내밀어진다. 고개를 올리면 무슨 연서라도 건네는 소년마냥 수줍게 웃고 있는 남자의 푸른 머리칼이 시린 바람에 흩날린다. "부디... 어젯밤처럼 저를 엉망진창으로..
카롤리나 클라크는 증명 될 수 없는 건 믿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명확하지 않은 감정은 딱 질색이다. 경험하지 못했으니 알 수 없다. 아니지. 경험했다고 한들 그것이 진짜 ‘그 감정’ 일지 어떻게 확신하는가? 전부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고 살기 위한 본능이 감정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음에 불과하다고 카롤리나 클라크는 여겨왔다. 그녀가 모든 감정을 이리 냉소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칼을 건들여 목덜미가 간지러운 것이 느껴졌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래서 주변의 진한 녹빛 잎사귀들에 햇볕이 반사되어 반짝인다. 카롤리나는 가을이 시작되는 지점을 이리 확실하게 느껴본적이 없다. 자신에게 세상이란 주로 실내에 있었고, 바깥은 화려하고 정숙한 영애들이나 거닐던 곳이었으니까. ’클라크 양은 역시… 특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