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가져다주마!
로제킹AU
선명한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와 성의 집무실을 비춘다. 이 방의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란,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고즈넉하게 만드는 신묘한 힘이 깃든 그림과도 같았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인영들이 가득했다. 그들 중 몇몇은 바삐 일을 하며 제 몫을 해내고 있었고, 몇몇은 따스한 날에 걸맞게 뛰놀며 웃음을 만개했고, 몇몇은 테라스에 앉아 먹을거리와 음료를 곁들여 느긋한 한 때를 즐기고 있었다.
왕의 망토를 두른 노을빛 머리색의 남자, 이 나라의 국왕인 텐마 츠카사는 그들을 유심히 내려보며 생각했다. 행복이로구나, 모두가 사랑과 사람에게 둘러싸여 유의미한 한 때를 보낸다는 것은. 그리고 이내 떠올렸다. 현재, 자신이 그 무엇보다도 기다리는 행복을.
“로제.”
“예, 전하.”
“정인은 없나?”
“또, 그 소리세요?”
“슬슬 로제가 결혼 소식을 가져와 가정을 꾸려야지만 내 입가에 미소가 가득할 텐데...”
츠카사는 창가에 기댄 채로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끝을 흐리듯이 내뱉음과 동시에 한쪽 눈으로 로제를 흘겨보며 반응을 살폈다.
“본인이나 잘하시죠.”
로제라고 칭해진 남자, 카미시로 루이는 그런 츠카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불경함과 무심함으로 무장한 말투로 대꾸했다. 마뜩잖은 반응에 츠카사는 몸을 돌리며 외쳤다.
“난 왕이잖느냐! 나라하고 결혼한 몸이란 말이다!”
“그럼 저도 국가 행정업무와 결혼했다 치죠.”
“쯧, 무슨 말을 못하겠군.”
“일이나 하십시오.”
제 뜻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자, 츠카사는 이내 뚱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제 책상 앞 의자에 착석했다. 책상 위에 놓은 서류들은 산을 이루고 있었고, 금세 책상의 주인의 모습을 감췄다. 집무실에는 사람 한명 분의 모습이 보일 뿐이었다. 드문드문 서류를 내리기 위해 손을 뻗을 때에만 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좀처럼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 서류의 양에도 두 사람은 만년필의 사각거림 외의 소리를 내지 않은 채 묵묵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조용해졌나, 로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왕께서는 결혼을 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이 영 걱정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나보다. 그것이 왕의 근심이 된다면 응당 적당한 혼처를 찾아 결혼을 진행해 마음의 짐을 덜어드리는 것이 아랫것으로서 옳은 도리겠으나, 애석하게도 로제에게는 연심을 품은 이가 존재했으니 차마 마음을 속여가며 애먼 숙녀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연심을 품은 이를 무엇 하러 숨기겠는가, 눈치 없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말만 하라며 팍팍 밀어주겠다고 떠벌거리는 이 나라의 주인이었다.
감히 품어선 안될 분이라는 것을 명석한 두뇌를 가진 루이는 알고 있었다. 왕께서는 어릴 적 친우라며 자신에게 늘 아량을 베풀어주시지만,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선 안된다는 사실 또한,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슬슬 그만해주면 좋겠는데, 분명 츠카사의 나이는 젊은데도 말하는 모습을 보자 하니, 오지랖 넓은 중매쟁이가 따로 없다. 사찰이랍시고 마을에 내려갔던 때에 만났던 과일가게 상인이 떠오른다. 쯧, 영 좋지 않은 기억이 함께 떠올랐다.
* * *
츠카사는 그 뒤로도 종종 루이에게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정인은 없냐, 마음에 드는 여인이 있으면 다리를 놔주겠다며 틈만 나면 루이에게 결혼이니 정인이니 하는 말들을 내뱉었다. 오늘도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였다. 츠카사는 루이에게 같은 질문을 여러 차례 했고, 루이는 꿋꿋하게 무시로 일관하려 했으나 그 물음이 17번이 넘어섰을 때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루이는 들고 있던 만년필을 거칠게 책상에 내려놓았다.
“아! 없다니까요! 없다고요! 신경 쓰지 말고 서류나 보십시오, 전하!”
버럭, 하고 루이가 고함을 치자 앉아서 일을 하던 츠카사가 파드득 몸을 떨어가며 화들짝 놀랬다. 덕분에 츠카사의 무릎은 책상에 부딪혔는지 쿵! 하는 소리가 집무실에 울려 퍼졌다. 찡그린 얼굴에 눈물을 글썽인 채로 한손으로 무릎을 문지르며 원망 어린 눈으로 루이를 보며 츠카사가 소리쳤다.
“깜, 깜짝이야! 왜 화를 내고 그러느냐! 난 행여 네가 결혼하지 못할까 봐 도와주려 그랬지!”
“도움 필요 없다고요! 전하께서도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지지 않고 루이가 맞대꾸하며 소리쳤다. 이어지는 뒷말에 츠카사의 눈이 반짝였다. 무릎의 고통도 잊은 채로 루이에게 재촉했다.
“그 말은 곧 연심을 품은 이가 있다는 말이렷다. 로제! 누구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은!”
“조용히 하십시오.”
루이는 순간의 감정을 못 이기고 나불거린 제 입을 원망했다.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캐내려는 츠카사의 말에 차갑게 대꾸하며 거칠게 내려놓은 만년필을 다시 한번 손에 쥐며 서류작업을 재개했다.
“흐음...”
루이가 대답해주지 않을 것을 예상한 츠카사는 손에 턱을 괴고 골몰했다. 옆에서 손 멈추지 말고 일이나 하라는 루이의 목소리가 들렸으나, 이미 머릿속에서는 루이의 마음을 빼앗은 이로 예상할 수 있는 인물들의 초상화가 여러 차례 떠오르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이내 떠올랐다는 듯이 눈을 번뜩 뜨고서 물었다.
“설마, 이웃 나라의 공주냐?”
“아닙니다.”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도 않은 채 루이는 곧바로 부정의 대답을 날렸다. 츠카사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확신이 서지 않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설, 설마 로제 너... 이미 결혼한 사람이 취향이라거나.”
“미치셨습니까?”
루이의 불경함이 하늘을 찔렀다. 제 아무리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우라지만, 이제는 저의 윗사람인 츠카사에게 할 말은 아니었으나 츠카사 자신도 너무한 발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불손한 태도에 대해서 별다른 대꾸를 하진 않았다.
“아니라니 다행이구나.”
황당한 표정으로 츠카사를 쳐다보는 루이의 표정과는 대비되는 안심하는 듯한 표정으로 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츠카사를 보며 루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전하의 머릿속의 저는 그 정도의 호색한이었던 것입니까? 그래서 그런 상상을 하십니까? 충격을 받은 루이의 심장께가 조금 아렸다.
“이웃 나라의 공주도, 이미 결혼한 사람도 아닌데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이라 함은 도대체 누구냐.”
루이는 대꾸하지 않았으나, 츠카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혼잣말을 이어갔다.
“감히 우리 로제를 거부하다니 배짱도 좋구나.”
반박하고 싶은 말이 수두룩했으나 제 무덤을 파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로제는 입을 다물기를 선택했다.
“우리 로제가 어? 인물도 훤칠하고, 어? 일도 능수능란하게 해치우니 얼마나 유능하고, 어? 학력으로도 뒤처지지 않고, 외모로도 뒤처지지 않는! 최고의 신랑감이거늘!”
츠카사는 주먹을 쥐고 책상을 퉁퉁 두드려가며 열변을 토했다. 이어지는 칭찬 세례에 제 아무리 루이여도 기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 감사합니다. 전하.”
전하의 마음에 들어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제 아무리 이어질 수 없다 한들, 연정을 품은 존재로부터 특별하다는 말은 못내 루이의 심장께를 찌르르 울리기에 충분했으니. 로제의 귓가가 벌겋게 물들었다.
“물론, 편식이 심각하고, 말도 지지리 안 들어서 일찍 잠에 들라고 해도 안 듣고 철야를 일삼긴 하다만, 그래도 우리 로제가 최고지!”
“사족은 됐습니다. 일이나 하십시오, 전하.”
루이의 귓가가 빠르게 식었다. 츠카사는 차갑게 대꾸하는 루이를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상사가 칭찬을 해주는 데에도 그런 반응이라니. 이런 고얀 놈.
* * *
오늘도 똑같은 하루였다. 츠카사가 늘 하던 대로 루이에게 재촉하며 연심을 품은 이에 대해 캐물었고, 루이는 그걸 무시로 일관하고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날은 유독 정인에 대한 궁금증 탓에 츠카사의 입은 쉴 새가 없었고, 루이의 수면시간은 일 안 하고 루이의 정인 캐내기에 집중한 츠카사때문에 평소보다도 더 부족했다는 점이겠다.
복도를 거닐며 집무실로 향하는 두 사람에게서는 오로지 한 사람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로제, 그래서 누구인가! 한 마리의 고독한 늑대와도 같았던 너를, 차가운 눈의 결정과도 같이 꽁꽁 얼었던 너의 마음을 단숨에 녹여 너를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 사로잡은 이는!”
“...”
루이는 '전하께서 왕실 도서관에 최근 빈번하게 방문하신다'며 도서관 입구 경비병에게서 보고를 들었던 언젠가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무슨 일로 방문하는가 했더니 로맨스 소설을 읽고 왔는지 온갖 미사여구가 붙어 문장이 화려해졌다. 안 그래도 턱없이 부족했던 수면시간으로 인해 패시브로 장착하고 있던 두통이 심해졌다.
스스로를 바라보자면 친우라 부를 이는 턱없이 적었으나 아예 없진 않았으니 (무엇보다 츠카사가 있었으니) 딱히 고독하지도 않았으며, 어릴 적부터 츠카사군과 함께하며 잘만 웃고 다녔으니 딱히 마음이 꽁꽁 얼지도 않았다. 보아하니 소설에서 멋져 보이는 미사여구를 아무렇게나 붙여 쓰는 듯싶었다.
그래,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이다. 그저 오랜 친우의 결혼 사정이 궁금한 오지랖 넓은 츠카사의 생각 없이 내뱉는 질문일 뿐이다. 이것도 시간이 지난다면 제 아무리 츠카사여도 언젠가 잠잠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무시하자. 무시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내일도 같이 나라의 정무를 보고…
“루이! 정말 알려주지 않을 셈인가! 아무리 그래도 오랜 친우의 정이 있지, 네가 소중히 여기는 이를 내가 모르는 게 말이 된... 으앗!”
집무실의 문을 열어젖히며 안으로 발을 들이던 츠카사가 돌연 뒤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던 순간이었다. 잠이 부족했던 탓인지, 약간의 파리한 안색의 루이가 거칠게 츠카사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쿵- 하고 집무실의 문이 무거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츠카사는 집무실의 문 옆의 벽에 기댄 채 루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놀랐잖느냐! 갑자기 그렇게 잡아당기면 위험하다고!”
“츠카사군.”
수면이 부족했던 탓에 멍한 눈빛으로 제 손에 잡힌 츠카사를 바라보며 루이가 입을 열었다. 츠카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듯이 루이를 불렀다.
“루이, 네가 나를 이름으로 부르다니. 무언 일이라도 있었느냐? 국왕이 된 뒤로는 좀처럼 불러주는 일이 없더니... 아무리 내가 겉으로 티 내지는 않았다만, 얼마나 섭섭했는지 아느냐!”
“좋아해, 그러니까 더 이상 말하지 마. 다른 사람과 맺어주겠다는 둥, 그런 소리 하지 말아 줘.”
츠카사는 대답은 고사하고, 제 말만을 내뱉는 루이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츠카사가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루이는 계속해서 속에 쌓인 말을 뱉어냈다.
“아무리 나라도 힘들어, 연심을 품은 사람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 건.”
“...”
“측근으로서, 오랜 친우로서. 그런 위치에서라도 네가 내 시선에 닿는 곳에 남아있고 싶어서. 노력하는 날 봐서라도, 부탁해.”
“미, 미안하다, 나는 그저... 네가 행복해졌으면 해서...”
츠카사가 어버버 거리며 말을 이었다. 갑작스러운 고백에 당황스러움을 숨길 새도 없었다. 자신이 루이에게 해댄 몹쓸 짓들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몰랐으니까. 라는 이유로 모르는 체할 순 없다. 우물쭈물하며 넘쳐흐르는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도 않고 조심스레 해명을 늘어놓았다.
“네가 포기하는 게 늘어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소중한 사람이니까,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어서...”
“...”
“너는 나한테 제일 소중한 존재인걸, 네가 바빠서 자신의 행복마저 놓쳐버리면 내가 면목이 없지 않은가, 너는 상냥해서 늘 자신을 뒷전으로 두고 타인의 행복을 앞세우니까. 그런 너를 볼 때 마다 네가 스스로 너의 행복을 뒷전으로 미룰까 봐 늘 전전긍긍했다. 나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둘러싸여 늘 행복하길 바랬어.”
“...”
“작위를 가지게 된 이후로 너는 좀처럼 웃어주는 법이 없었으니, 어떡해야 네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늘 고민했어. 너에게 기쁨이 되는 것들, 행복이 쏟아져 내리는 원천을 너에게 꼭 가져다주고 싶었다.”
“...”
“그러던 중, 마을에 내려갈 때 마다 가정을 이룬 사람들이 웃으며 지내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보기 좋았어. 계약에 얽힌 관계가 아니라 신뢰와 애정을 기반으로 쌓아 올린 관계가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형태를 띄고 있었으니, 너도 네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지낸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행복을 누릴 거라 생각했다.”
“...”
아무 말 않고 츠카사의 말을 귀담아 듣던 루이는 귀족들의 결혼에 대해 떠올렸다. 그래, 현시대에서 귀족의 결혼이라 함은 일종의 계약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라니. 재산과 작위로 급을 매기고 비슷한 급의 가문끼리 힘을 키우기 위해 계약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결혼이다. 그 기회를 사랑이라는 한 때의 감정으로 날린다니. 말도 안 되지.
“어찌 되었든, 나의 언행때문에 너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미안하다. 너의 의사를 제대로 물어보았어야 하는 건데... 미안하다.”
풀 죽은 모습의 츠카사가 루이의 눈치를 살폈다. 어엿한 국왕, 엄연히 막강한 권력이 있음에도 츠카사는 루이를 늘 아랫사람이 아닌 소중한 친우로서 대했다. 츠카사는 늘 루이에게 약했다. 루이는 츠카사의 약점이었다. 그 사실은 루이도 익히 알고 있었다. 아랫것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낮은 자세를 취하지 않음에도, 불손한 태도로 대꾸해도, 츠카사는 그를 탓하는 일이 없었다. 늘 그렇게, 제 존재로 그의 약점을 잡고 누구보다 가까운 위치를 취해왔지 않은가.
“맺어지게 해줄 수 있어?”
“으, 으아어?”
오랜 침묵을 고수하던 루이에게서 갑작스레 들려오는 말에 츠카사가 고개를 퍼뜩 들며 완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한 말들을 내뱉었다. 루이는 잡아챘던 손을 양손으로 소중히 감싸며 츠카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맺어줄 수 있어?”
루이는 빼도 박도 못하게 완전한 형태로 재차 말하며 츠카사를 바라보았다. 눈을 마주친 츠카사는 언젠가 스스로가 내뱉었던 말을 떠올렸다.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들, 내가 꼭 맺어주마! 루이, 말만 해라!'
스스로 책임지지 못할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인지했다. 그땐, 누구여도 로제를 거부하지 않을 거란 자신감에 지른 말이었는데… 그게 자신일 줄이야. 제 손을 붙잡은 양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는 걸 느꼈다. 츠카사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고 망설이던 때였다. 루이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는 듯이 살포시 웃으며 손의 힘을 조금씩 풀었다.
“미안해, 츠카사군에게 부담을 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
멀어지는 손은 확연하게 떨리고 있었다. 시야에 들어온 루이는 떨리는 손도, 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아래로 내리 깐 눈도, 파리한 안색도, 그 모든 게 위태로워 보였다. 츠카사는 결심을 굳혔다. 어렸을 적부터 늘 포기가 빠른 녀석이다. 그렇게 스스로 놓지 말고 욕심을 내보라고 누누이 말했거늘! 행여,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미래마저 포기할까 봐 스스로가 그렇게 나선 것인데! 츠카사는 멀어지는 루이의 손을 냅다 잡아서 혹시라도 내뺄까, 양손으로 꼭 감싸 쥐어 자신에게로 끌었다. 그리고선, 행여 루이가 오해하지 않게 또박또박 큰 소리로 말했다.
“맺어지게 해줄게! 해줄 터이니 포기하지 마라!”
몇 초간의 짧은 정적 후에 루이가 목에서부터 서서히 열이 올라 벌게지는 얼굴로 정말? 정말로? 라며 재차 물어댔다. 확연하게 붉어진 뺨과 기뻐하는 낯은 아무리 츠카사여도 익숙지 못했다. 츠카사는 저 자신의 얼굴에도 루이 못지않게 열이 모이는 걸 느끼며 눈을 꾹 감은 채 세차게 몇번이고 고개를 끄덕여댔다.
이내 제 양손에 잡혀있던 손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앗 하는 사이에 제 등에 둘러싸이는 팔에 온기에 안심하고 만다. 츠카사는 똑같이 상대의 등에 팔을 두르며 생각했다. 팔에 감기는 온기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네 행복과 기쁨의 기원이 내가 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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