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온
기세 좋게 발을 내디뎠던 첫 모습과는 다르게 소년은 지금 꽤나 지쳐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몸통만 한 알을 실은 수레를 끌고 이 끝도 없는 숲을 헤맨 지 한참이 됐기 때문이다. 수레 손잡이를 잡은 손이 미끌거렸다. 앞머리 아래에도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카일은 한숨을 푹 쉬곤 뒤를 돌아보았다. 거대한 알은 그를 얕보기라도 하는 듯 여전히 담요 위
아이비는 좁은 구멍 속에서 몸을 둥그렇게 만 채 곤히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주기적으로 흘러나오는 안정된 숨소리는 그녀가 아늑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녀의 거대한 친구는 아이비에게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기를 즐긴다. 잔잔한 평화는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어느 낯선 소년에 의해 깨졌다. “마법사님-!” “숲의 마법사님-!” 아이비는 인상을
소년은 이웃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마을에서 우체부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는 이 작디작은 자신의 고향이 마음에 들었다. 시도 때도 없이 내리쬐는 햇빛은 그의 옅은 갈색 머리를 무성히 자란 갈대같이 보이게 해주었으며 그의 녹색 눈동자가 더욱 생기 넘치도록 만들었다. 소년의 하루는 이른 아침 누군가가 통에 넣어 놓은 서너
삐걱거리는 나무 문틈 사이로 어두운 인영 하나가 모습을 드리웠다. 그는 그대로 오두막 안으로 들어와선 이불 속에 온몸을 파묻었다. 아이비는 익숙하지 않은 자세로 눈을 떴다. 꼴을 보니 거처에 오자마자 뻗은 것이 분명했다. 목에서 뻑적지근한 느낌이 들었다. 오랫동안 익혀진 습관은 썩 좋지 않은 몸의 상태를 가뿐히 무시했고 그녀는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간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