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온
“수족관 갈래?” “갑자기?” “응.” 날씨는 무더웠다. 햇빛에 정수리가 지글지글 익는 것만 같았다. 손에는 땀이 차 끈적해졌다. “언제?” “지금.” 남유리는 멈췄다. 내 쪽으로 몸을 돌리자 대충 하나로 묶은 머리가 흔들렸다. “시간 안돼?” “안 될 건 없는데···갑자기 왜?” “그냥. 싫으면 말고.” 남유리를 지나쳐 몇 걸음 걸었다. 양옆의 길에는 그
사망, 자해 언급 주의 친구가 죽었다. 경찰이 조사를 하고, 장례식이 열렸다. 눈물을 쏟아내는 그 애의 어머니를 뒤에서 안았다. 나는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가장 오랫동안 조사를 받았다. 지금 그 애의 책상에는 하얀 국화꽃이 한 송이 물도 없이 멀건 화병에 꽂혀있다. 앞으로 며칠에서 몇 주, 저 꽃이 책상 위에 버티고 있는 동안은 누구도 책상 가까이 가지
연보라색 꽃이 하늘거린다. 얇은 잎이 열매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사방은 온통 연보라색이다. 나는 그 속을 천천히 거닌다. 발을 내디딜수록 온종일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두통이 사라져 간다. 기억이 희미해져 간다. 이리저리 날 뒤흔들어댔던 온갖 감정들도 서서히 소멸해 간다. 나는 걷는다. 옅은 미소를 띠고, 손끝으로 꽃잎을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걷는다. 나
청춘. 엄마는 나를 종종 그렇게 부른다. 청춘이네, 하고, 묘한 그리움이 실린 어조로. 그럼 나는 말없이 설거지를 계속한다. “청춘.” “응?” “아무것도 아니야.” “뭐야, 싱겁게.” 친구는 그대로 다시 시선을 휴대폰으로 돌렸다. 청춘. 입속으로 계속 되뇌어봤다. 창문 너머엔 새싹이 막 돋아나고 있는 마른 나무가 있다. 통 수업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바다의 호흡
포스트 3개
어스름이 걷히기 전에
포스트 1개
마블
포스트 0개
데못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