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온
몇 걸음만 걸어도 금세 이마가 땀으로 촉촉해지는 그런 날이었다. 고개를 들자 빈 의자들이 보였다. 점심시간이었다. 애들이 나가면서 에어컨을 껐는지 교실 안은 선풍기 한 대만 털털거리며 돌아가는 채 말 그대로 후끈거렸다. 고개를 다시 책상에 박았다. 땀에 젖은 몸을 일으키기가 귀찮았다. 하지만 더 이상 이 더위를 견딜 자신은 없어서 비척비척 에어컨이 있는 곳
깊고 검은 숲, 아니 이젠 푸른 숲 한가우데에는 둥글고 투명한 막 속 자그마한 공간이 하나 있다. 그곳에는 계절이 없다. 간혹 바뀌긴 하나 대부분 화창함을 유지하는 날씨가 있다. 허리까지 오는 갈색 머리를 하나로 묶어 내린 소녀가 있다. 연보랏빛 머리카락에 형형한 노란빛의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 있다. 이 둘이 함께 있는 한 시간은 영원히 깨지지 않는다.
산들바람에 나뭇잎이 슥슥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따사로운 햇빛은 부드럽게 호수 표면으로 내려앉아 잔물결과 함께 일렁였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어느 봄날이었다. 호숫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둔덕 위 웅장한 목조 저택이 풍채를 자랑했다. 지은 지 꽤 되어 군데군데 오래된 티가 났지만 그 위엄마저 사그라들지는 않았다. 저택 한가운데에서 짙은 고동색 문이 열리더
방에 있는 의자는 바퀴 달린 것 하나뿐이다. 의자 위에 올라가면 창문이 보인다. 조금 흔들거려서 불안하긴 하지만 숨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의자에 발을 올렸다. 여전히 미묘하게 구역질이 올라오고 있었다. 불쾌하게 치미는 느낌과 함께 눈물이 나오려다 다시 들어갔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 역한 감각이 조금은 옅어졌다. 활짝 열린 창문 새의 바람이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