燕雁代飛:風驅群飛雁月送獨去舟

| 𝐅𝐚𝐢𝐫𝐲𝐭𝐚𝐥𝐞 𝐨𝐟 𝐃𝐢𝐬𝐭𝐨𝐩𝐢𝐚

? by 도파민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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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관계상 영상로그는 생략, 첨부된 곡과 함께 보시기를 권장드립니다.)

Q. 燕雁代飛:風驅群飛雁月送獨去舟

연안대비: 풍구군비안월송독거주

제비와 기러기가 엇갈린다: 바람은 떼지어 나는 기러기를 몰고, 달은 홀로 가는 배를 보냈으니. …남은 제비는 누가 보내주는가?

루벤. 그 짧은 글자, 나의 성명은 의미라는 것이 실로 덧없는 글자였다. 가문의 성씨도… 기사로서의 호칭도 없을 적 내 기억 마지막 한 구석에 박혀있던 이름. 길거리에 내놓아졌을 때도 간신히 부르짖던 그 짧은 글자가, 그리 의미 없어질 것이라 생각 못했다.

다시금, 이리 삶을 돌아볼 기회가 오니 가문에 입양되었을 적이 기억난다. 루스티아. 제비의 학명이라고 하였던가, 가문의 상징 제비인 이유도 이것 때문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어릴 적의 나는 제비처럼 아름답게 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루스티아가 기사 가문이라는 소리를 처음 듣던 그 어린 날에만 하여도, 나는 너무나 어린 아이여서, 아무 미래도 내다보지 못했다. 나의 양부모라는 작자가 훈련이라는 가면 속에서, 폭력과 학대라는 욕짓거리를 내뱉을 미래도… 내 삶이 없어질 것이라는 미래도.

…왜 사람이 극한에 놓이면 신체 능력은 극한에 다다르지만, 정신적으로는 제 구실 못하게 된다고 하던가. 내 그것 깨닫지 못한 적에 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몇 년을 버티다 못해, 가면을 쓴 양부모에게 두 눈 안에 들어왔던 은색의 총구를 들이미는 것이였다.

다가오는 자들이 무서워서, 우선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고 싶어서. 그 방아쇠를 당기고 나서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지. 지금 당장 살았다는 안도감이였나? 아니면 미래에 무엇을 하고 살지 모르겠다는 제 머리 속 불안감?

기사가 된 것은 그런 터무니없는 이유였다. 내가 끝낸 기사의 굴레바퀴에 내가 다시 갇힌 격이였지, 결국 내가 할 수 있던 것은 이 지옥 속에서 행해졌던 모든 일을 실전에서 되풀이하는 것. 나의 이름에서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 이때부터였을까.

아무 의미도 없던, 그저 가문명일 뿐이였던 것. 루벤 루스티아.

결국, 기사가 되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살고 싶어, 처량한 마음 다잡고서 시작한 일이였다. 정말, 말 그대로 생존만을 위해. 내가 살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는 듯이 행동했어. 이대로만 살아가면,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도 오래 가지 못했다.

가면 갈 수록 느껴지는 한 줌의 공허가, 마치 모래시계에 쌓이듯이 서서히 내 몸에 누적되었다. 모든게 인형극만 같았다. 루스티아라는 이름 아래 기사가 된 것도, 지금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것도.

나는,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 거야?

그래서 기사명에서, 성명 두 글자를 차마 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너리스 아크나이트. 가문의 이름을 완전히 지우는 것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공허가 있었어서. 하지만 결국 아크나이트로 살아가면서도 그 공허를 채울 수 없었어.

아크나이트로 살면서 느낀 것은, 살기에는 더 편해졌지만 공허함은 더 빨리 누적되었다는 것이다. 이게, 정말 내 삶이야? …하지만, 아직은 살고 싶었다. 그렇게 살다가 결국, 몸 속을 공허라는 모래로 가득 채웠을 때 즈음에 시계가 울려 퍼졌다.

맑게 울리던 그 몸 안의 시계. 나는 그 때 즈음에서야 직감했다. 그 시계 소리는, 루벤이라는 인물의 임종이고 더 이상 아무 것도 아닌 나로서 살기에는 이미 글렀다는 것마저도.

그리고 현재. 무력함과 피곤함이 몸 끝까지 올라왔다. 이제 정말 안녕에 가까워진걸까. 희망이 사라진다는 건 잘 모르겠다, 애초에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어서. 내가 느끼고 있는 이 한 줄기의 감정이 해방감인가, 아쉬움인가.

날이 차가웠다. 14년 전의 그 날과 똑같았다. 내 손에 잡힌 게 총이 아니라는 것과, 날던 제비가 떨어지는 광경이 없다는 것을 빼면. 마치 소름이 온 몸을 타고 오르는 그 오소소한 느낌만이 여전했다.

이 모든 게 끝나면, 나는 누구로 기억될까. 이제 내 가문도, 기사단도 남지 않을텐데… 나를 나로서 기억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니, 이제 와서는 전부 허황된 생각인가?

이게 따뜻한걸까, 뜨거운걸까. 이제 이런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약해졌다는 건 알겠다. 모든게 빠져나가는 것만 간신히 몸으로 느껴지는 상황이니.

귀에야 제비 소리가 맴돌았다.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마지막 지저귐이 내 끝에도 함께하려나, 무어라고 해야할지 모르는 묘한 느낌과 불타는 것 같은 냄새가 어느새 오감을 마비시킨다.

불타는 연기 속에서 서서히 정신이 흐려진다. 받는 고통도 엄청나긴 하지만… 어릴적부터 좀 버텨온 게 있어서 그런가, 마지막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정신은 남아있는 건지.

…오래 버텼다. 이제 정말, 끝이네.

ここから始まる新たな人生

지금부터 시작될 새로운 인생에

もうも載ることは無い

이제 아무의 이름도 실릴 일은 없어

お前はそのお立ち台で

너는 그 자리에서

指を咥えたまま見ていろ

손가락이나 빨며 보고 있어

—ff. Urapocere.

A. 燕雁代飛:風驅群飛雁月送獨去舟

연안대비: 풍구군비안월송독거주

제비와 기러기가 엇갈린다: 바람은 떼지어 나는 기러기를 몰고, 달은 홀로 가는 배를 보냈으니. …남은 제비는 누가 보내주는가?

남은 제비를 보내주는 사람은, 너희였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제 충분히 했으니… 더는 됐으려나.

전부 하나씩 이야기해주기는 귀찮고 싫으니까 어제 이야기로 퉁칠게.

…그럼 마지막으로, 나랑 약속한 누군가. 약속 깨면 안 돼. 본인이면 알아서 찔려, 아니… 네 성격에 딱히 그러진 않겠지. 아무튼.

다들 안녕이다.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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