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보사니] 어느 아침
톤보키리와 키리히메는 줄여도 톤보키리
*레이엘(@ rayel_token)님네 가내 톤보사니 적폐날조 3차창작입니다.
눈을 뜨기 전부터 알 수 있었다. 저를 품에 안고 있는 이가 얼마나 따뜻한,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높은 온도의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지. 쿵쿵 일정한 소리를 내며 들려오는 소리가 다정하게 느껴졌다. 비몽사몽한 가운데 그것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순간 숨을 잘못 삼킬 정도로, 가슴이 쿵쾅쿵쾅 소리를 내어 빠르게 뛸 정도로. 키리히메는 눈을 떠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일어나셨습니까.”
기침을 하던 것을 들었는지 목소리가 걱정스럽다. 이상한 모습을 보인 것이 부끄러워져 괜찮아…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 키리히메는 괜히 얼굴 위로 이불을 덮어썼다. 톤보키리는 주인의 안위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주인의 행동을 저어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었던지라, 차분히 기다리기로 했다.
“아…아….”
호흡을 가다듬는 것을 마친 모양인지 이불 속에서 평소의 키리히메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슬그머니 머리에 덮어쓴 이불을 걷어낸 키리히메의 얼굴에는 묘하게 열이 떠올라 있었다.
“주군.”
조금 놀란 듯한 목소리와 함께 커다랗고 단단한 손이 키리히메를 이불채로 끌어안았다. 그 행동에 당황한 키리히메가 앗, 하는 소리를 내자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키리히메는 시선을 위로 올려 톤보기리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있을 때 보다 더욱 강렬한 눈동자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이 괜히 쑥스러워져서 고개를 돌리고자 하였으나, 그녀의 충직한 창은 그를 허락해주지 않았다.
“나쁜 꿈이라도 꾸셨습니까?”
“아니, 왜?”
“기침하자마자, 놀란듯한 기색이셔서……”
톤보키리의 말에 작게 고개를 저은 그녀는 제 머리를 톤보키리의 가슴에 기대었다. 톤보키리는 키리히메의 머리를 세게 쥐면 꺼질까, 약하게 쥐면 날아갈까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키리히메는 그것이 좋았다. 익숙한 체온이 그녀를 평온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귀끝을 붉히며, 솔직하게 대답하기로 마음 먹었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톤보키리의 눈길이 느껴져서…”
“듣고 있습니다.”
“톤보키리 품에서 들려오는 심장소리가 좋다고 생각하니까, 덩달아 내 심장도 빨리 뛰기 시작해서…”
“그랬습니까.”
말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는 키리히메를 보며 톤보키리는 저도 모르게 작게 웃었다. 불경스러운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주군이 사랑스러워서, 그의 품에 있는 것이 행복해서 웃었다. 톤보키리가 제 품에 있는 키리히메를 가만히 토닥였다. 토닥거리는 소리와 쿵쿵 뛰는 심장소리가 엇박자로 두 사람 사이에 울렸다.
“…어쩐지 기쁘네.”
같은 장소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그녀의 속삭임에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오른 톤보기리는 그녀를 끌어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주군께서는 너무하십니다.”
“어째서…?”
“아침부터 저를 불충한 자로 만드시지 않으십니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 키리히메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벌겋게 달아올랐다. 더 기다렸다간 주인이 제 품을 벗어나 다시 이불 속으로 숨어버릴 기세라서, 톤보기리는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눈을 동그랗게 떴던 키리히메는 입술을 통해 넘어오는 다정을 느끼며 살포시 눈을 감았다.
안온하고 다정한, 연인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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