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달사온
루디카의 말을 듣고 상황을 보러 갔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둥글게 모여 벽을 이룬 기사들 너머로 희미하게 와론의 목소리가 들렸다. 멀리서도 보이는 특징적인 붉은 망토와 금발의 포니테일이 불안함을 증폭시켰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중앙에 가까워질수록 와론의 느긋한 목소리가 선명해졌다. 너희는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거잖아? 수습하기엔 너무 늦었을지도
10월 31일, 할로윈. 대부분은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날이라고 알고 있는 날. 그렇다고 늘 있던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주변이 평소보다 조금 소란스럽고, 사람들이 할로윈에 걸맞는 분장을 했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었다. 사람들이 벌이는 축제와 그 모든 광경을 감흥 없이 지켜보던 지우스는 이내 발걸음을 돌려 축제를 등지고 걸어갔다.
*2024.1.1 수정 "와론." 부드러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모를 수가 없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들릴 리 없는 이름이었다. 눈을 질끈 감으며 다시 걸음을 내딛었다. 환청에 현실을 의심할 시기는 진작 지났다. 하물며 묘비를 보고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어째선지 점점 멀어지는 소리는 무시한 채 혼자만의 고민에 빠졌다. 아직은 이렇다 할 일이
*2024.1.1 수정 묘지기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며 들어선 지우스는 망설임 없이 한 곳으로 나아갔다. 지우스가 가까이 다가와도 와론은 미동도 없이 옆에 세워둔 론누를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새까만 닭. 기사명을 불러도 그는 작은 반응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번 전쟁, 능력을 사용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지우스와 이곳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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