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멸종
또 다시, 생일이었다. 여럿이서 맞는 생일보다는, 혼자 맞는 생일이 살면서 더 많았기에 충분히 익숙했다. 생일을 명목삼아 술을 마시며 떠들던 것, 잘 먹지도 않는 조그마한 케이크를 기분 낸다는 이유로 내밀던 것, 외롭지 않아 좋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었으나, 이것도 이제 몇 년이 지난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지금의 한도윤은, 그렇게 지내던 날들보다 그 이후
어차피 당신들은 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게 참 적절한 표현인 것이, 얼굴을 구태여 기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억할 수 없어 하지 못하는 것이다. 당연하다. 내 얼굴은 무대 위에 선 적이 없다. 그놈의 무대, 많이도 섰다고 생각했다. 다만 내가 생각하고 겪었던 무대라는 것과,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념적 의미의 무대 사이에는 나와 그 망할 배
나나 주변이나 딱히 만우절을 요란하게 챙기는 쪽은 아니었지만, 으레 거짓말은 달콤하기 마련이다. 환상같은 거짓말이 끝나고, 불이 꺼지고, 자 이제 끝났어요. 현실로 돌아갑시다. 하고 맞이하게 되는 것이 생일이라는 건, 아무래도 기분이 참 묘하지. 무슨 의미부여를 그렇게 크게 하냐면, 글쎄, 아무래도 거짓말, 하면 떠오르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겠다.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