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BIRTHDAY TO. X

[황익선] 2023년 4월 2일

2023년 황익선 생일 기념 글

나나 주변이나 딱히 만우절을 요란하게 챙기는 쪽은 아니었지만, 으레 거짓말은 달콤하기 마련이다. 환상같은 거짓말이 끝나고, 불이 꺼지고, 자 이제 끝났어요. 현실로 돌아갑시다. 하고 맞이하게 되는 것이 생일이라는 건, 아무래도 기분이 참 묘하지. 무슨 의미부여를 그렇게 크게 하냐면, 글쎄, 아무래도 거짓말, 하면 떠오르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겠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났다. 오래 지났다, 라는 말로 퉁치기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시절은 단순히 지나간 한 때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 이후로 지난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그 때를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 시절, 중대한 분기점이 된 사건이라고 부르기엔, 그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고, 그렇게 부르고 싶지도 않다. 아무래도 그 이후로 지나온 시간들이 많이 섭섭해하겠지.

그래도 시작점이라고 말한다면 그래도 얼추 맞을 것이다. 그리고 종종 그립기도 하다. 정말 가끔이다.

쟤는 밴드 파투 나면 제일 먼저 음악 때려치고 취직할 놈이다, 그런 말을 꽤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 쪽을 진지하게 고려하다가도, 그런 일들이 있었음에도, 당시의 나는 생각보다 음악에 꽤 진심이었더라. 이미 옛저녁에 지나간 메이저 데뷔 건을 언급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그냥, 그랬다.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또한 알았다.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 그 벽이 실체화되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스커레이드는 끝났다. 

마스커레이드는 끝났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오히려, 조금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련 같은 것은 아니었다. 더 이상 많은 것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짐을 제법 내려놓은 느낌이었다. 그러니 하고 싶은 만큼은 더 해 보자 싶었다. 그만둘 때가 되었다는 느낌이 다시 오면, 그 때는 정말 그만두자는 조건을 붙이며.

그 친구들과는 종종 연락을 한다. 최소한 지금 뭐 하고 사는지까지는 안다. 놀랍게도, 허우석과는 잠깐 다시 음악을 같이 하기도 했다. 물론 내가 먼저 연락한 것은 아니었고. 그 자식과는 딱히 죽고 못 사는 관계 - 조금 낯부끄러운 표현이다만 그 땐 그랬다 - 도 아니었으니 오히려 괜찮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래 가진 않았지만. 나나 걔나 오래 소속이 고정되지 않고 여기저기 많이 옮겨 다녔으니 딱히 안타까워할 일도 아니었다.

한도윤과는 최근에야 다시 연락이 되었다. 일 년 반쯤 전이었으니 딱히 최근은 아닌가. 음, 지금의 감각으로는 최근이 맞다. 삼 년이나 주저했다는 것이 무색하게도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러나 그 뒤로 연락을 자주 하진 않았다. 삼 년이나 지났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옛날 이야기 끝. 옛날 이야기 맞다. 왜냐하면 이제 정말로 그만두었으니까. 역시나 현실적인 문제가 컸지만, 그것보다도, 그냥. 그럴 때가 왔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기에 후회는 없다. 이번에는 거짓말 같은 것은 없었으니까, 그 때와는 달랐다.

유치한 꿈은 끝났어요. 더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에요. 불이 꺼지고, 무대에서 내려와, 이제 현실을 마주할 시간이에요. 그렇게, 마스커레이드는 끝났다. 그러니 그 이후는 누구도 아닌 온전히 내 미래일 수 있었다. 거짓말은 끝났고, 아,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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