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루예나
타탁, 타닥. ……타닥, 타타닥. 노트북의 납작한 자판을 두들기는 소리가 이어지다 끊기고, 다시 이어지다 끊기길 반복하며 두 사람만 있는 거대하고도 호화로운 집무실 안을 맴돌았다.방주인인 에르아는 도대체 이게 뭐 하자는 일인가 싶었다. 30분 전쯤에 쳐들어온 동생은 옆구리에 하늘색 케이스를 씌운 노트북을 낀 채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어젖히곤, 이렇게
에르아는 루예나를 죽이고 싶었다. 모든 일의 원흉 되시는 분이 쳐웃으며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저 꼬라지는 당연스럽게도 기가 막히도록 얄미웠다. "으하, 으하, 으하하하!!! 으하하하하!!!!!" 우렁찬 웃음 소리가 방안을 쩌렁쩌렁 매우다 못해 신전 건물을 왕왕 울렸다. 지금 어지간히도 웃긴 모양이지, 이게? "이게??? 웃어???? 너는 지금 웃기냐,
아무것도 없었다. 남은 것은 잿더미 위에 반쯤 타버린 나의 몸. 다른 가족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알아야 하는데, 알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도망쳤다. 그렇게 모든 게 점점 희미해져 갔다. 내가 누구였는지, 어떻게 우주를 떠도는지, 왜 이러고 있는지… 차츰 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겨우
엔스파일의 옛날 옛적, 루네트라는 제국에 몸 바쳐 일하는 귀족은 몇 없었는데 그 몇 없는 귀족가 중 하나인 오드졸리아 후작가에 멋진 영애가 있었어요. 뭐든지 곧잘하고, 성격도 좋고, 머리도 뛰어난데다가, 외모까지 출중했던 오드졸리아 영애는 다음 후작이 되기로 벌써 예정되어 있었답니다.그러던 어느 날, 오드졸리아 영애가 바다 쪽 마을로 시찰을 나갔다가 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