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네트의 동화 : 슬픈 인어 이야기
이그리스 부모님 (아드라프와 란켄시아) 이야기
엔스파일의 옛날 옛적, 루네트라는 제국에 몸 바쳐 일하는 귀족은 몇 없었는데 그 몇 없는 귀족가 중 하나인 오드졸리아 후작가에 멋진 영애가 있었어요. 뭐든지 곧잘하고, 성격도 좋고, 머리도 뛰어난데다가, 외모까지 출중했던 오드졸리아 영애는 다음 후작이 되기로 벌써 예정되어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드졸리아 영애가 바다 쪽 마을로 시찰을 나갔다가 만월의 밤 아래, 빛나는 백사장에서 인어를 만나고 둘은 첫눈에 반했습니다. 오드졸리아 영애와 인어는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영애의 시찰 일정이 끝나 돌아가게 되자 인어는 다리를 얻어 육지로 올라왔어요.
그렇게 수도로 함께 오게 된 인어의 마음에 다시 한번 반한 오드졸리아 영애는 이 인어가 자신의 평생을 함께할 반쪽이라 깨닫고 결혼하기로 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주변에서는 반발했습니다. 귀족의 결혼은 같은 귀족끼리만 해야하며 국외의 사람과 결혼하려면 정략결혼이든, 뭐든 형식을 취해야했기 때문이에요. 그게 지엄하신 국법이니 안 지킬 수 없다며 이참에 오드졸리아 네를 끌어내리려고 마구 공격했답니다. 그 인어는 종족의 왕자 같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러겠냐면서요.
그렇지만 평소 오드졸리아 영애를 아끼던 황제가 결혼을 허락해주었고 둘은 작은 결혼식 속에 사랑과 축복 사이에서 식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에도 일을 열심히 하고 영애는 후작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기다리는 집을 생각하며 즐겁게 근무하고 퇴근하던 평화로운 나날들…
이, 계속되면 좋겠지만… 한 후작가가 잘나가는 오드졸리아 후작가를 시기한 나머지……
사람을 시켜 내부의 스파이를 만들어두고는 스파이를 시켜 오드졸리아 본가에 불을 질러버렸습니다. 그렇게 불로 남편을 잃은 오드졸리아 후작의 몸은 이미 만삭. 그리고 며칠 뒤, 오드졸리아 후작은 작은 딸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충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던 후작은 몸을 추스리는대로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에 매진이라도 하면 좀 잊을 수 있을까요?
아니요, 갓난아기인 딸의 얼굴을 볼때마다 죽은 남편이 생각나 미쳐버릴 것 같았던 후작은 아이를 어딘가로 보내버리기로 결심합니다. 이를 알게된 황제는 아이를 꼭 맡겨야겠느냐고 회유하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아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던 황제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가족인 둘째삼촌, 드래곤 로드와 그의 일행인 그린 드래곤이었습니다. 왠 아이느냐고 묻는 둘째 삼촌에게 자초지총을 털어놓자 그린 드래곤이 마침 인간 아이를 필요로 하는 드래곤이 있으니 우리가 잘 말해서 부탁하겠다는 말에 황제는 오드졸리아의 아이를 그렇게 맡기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데려가 아드라프라는 드래곤에게 맡기고, 조카의 부탁이니 드래곤 로드는 모든 레어를 돌며 아드라프의 인간은 자신이 부탁한 것이니 절대 성장에 도움되지 않을 소리나 행동 따위를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뒤에야, 드래곤 로드는 다시 그린 드래곤과 함께 엔스파일을 떠났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란켄시아. 아드라프는 란켄시아를 키우다 아이가 반인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란켄시아는 자라면서 점점 아드라프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란켄시아의 다양한 고백을 다양하게 거절하면서 지내던 어느 날, 란켄시아는 이제 어른이니 피하지 말고 확실하게 답하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듣자 아드라프는 오히려 이제 어른인 것 같으니 출생 이야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서 바로 드래곤 로드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좔좔 말해주었습니다.
란켄시아는 충격받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너무 비현실적이었으니까요. 오히려 드래곤 산맥에서 산 지 30년이 넘어가는데 뭐 딱히 놀라야할 이유라도…?
오히려 자신의 고백에 이번에도 말을 돌리는 아드라프가 미워서 방을 뛰쳐나갔습니다.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아드라프가 그나마 가장 가깝게 지내던 드래곤인 드라노터가 고백에 대한 대답을 해줘야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바람에 아드라프는 란켄시아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2년이 더 흐른 뒤에 아드라프는 란켄시아를 반려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인어의 수명은 인간보다 길고, 엘프보다 짧은 삶.
반인어이니 인어의 평균 수명보다는 짧겠지만 그래도 란켄시아는 조금이나마 더 오래 살 수 있었을테지만… 드래곤의 계약을 맺어 수명을 늘리기도 전에 란켄시아는 병에 걸려버렸습니다. 계약은 멀쩡한 몸상태로 해야하는데 병은 점점 깊어지고, 이대로라면 늘어난 수명 평생을 침대에 누워서 아프게 보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아드라프는 홀로 란켄시아의 임종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사랑의 시간이 끝나고, 아드라프는 란켄시아의 유언을 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사랑하는 반려가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으니까요.
인간 아이를 원했던건 연구를 위해서였지? 그럼 반이라도 괜찮다면 내가 죽거든 내 사체를 연구재료로 써.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난 좋아.
다들 아드라프가 죽은 반려의 육신을 연구재료로 쓴다며 미쳤다고 수근댄지 몇 십 년이 흘렀습니다.
아드라프의 연구는 성공했고 조그마한 남자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란켄시아의 살아생전에 아이 이름을 미리 지어두었던대로, 아이의 이름은 이그리스 칸 아드라프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볼때마다 란켄시아의 얼굴이 생각나 미쳐버릴 것 같았던 아드라프는 그나마 가장 친했던 드래곤인 드라노터와 실레루마스 부부에게 아이의 교육을 전부 맡겨버렸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소년은 청년이 되어 엔스파일을 떠났습니다…….
란켄시아의 영혼은 실르소의 눈에 띄어 스피리에테에 가게 되었음.
란켄시아의 모친인 오드졸리아 후작은 여전히 잘 일하고 있음. 2대 황제인 루아비나가 아끼는 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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