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키드신

"마, 쿠도~ 거짓말이제? 이럴 수는 없다 안카나. 키드가 나타났는데 우예 못 오는데?"

"그러니까... 감기라고, 콜록, 했잖아..."

가득 쇤 목소리가 웅얼웅얼 답한다. 헤이지는 자신이 건 전화에 되려 자신이 머쓱해져 그, 그래... 하고 소식을 전달해주려다 괜히 희망고문인가 싶어 고개를 젓고는 그래, 쉬어라. 하고 전화를 끊는다. 매번 이 녀석만 끊어댔으니 이번에는 먼저 끊어보자, 하는 명분도 조금은 있던 것에도 틀림 없다. 그리고 쿠도라고 불린, 그 감기에 걸린 아이는 몇 번 더 콜록거리는 소리를 반복해 내다 크게 숨을 들이켰다 내쉰다. 쿠도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리지만, 상당히 흡사한 저 얼굴에는 쿠도 신이치가 맞음에 틀림이 없다. 하아, 하고 크게 내쉰 한숨과 함께 잠시 꺼두었던 핸드폰을 다시 켠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지만 크게 들이킨 숨과 함께 힘을 내 손가락을 움직인다. 고작 움직인 것은 몇 센티. 핸드폰 화면의 갤러리를 툭 건드린다. 바로 뜨는 것은 하얀 종이. 끝에는 괴도키드 특유의 악독한 물론 그것은 키드를 잡는 이들만 악독하게 보이는 것으로, 팬들에게는 분명 반드시 가지고 싶은 물건일 것임에 틀림없다. 그림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안경 같은 것, 실제로는 시력도 좋은 마당에 굳이 쓸 필요도 없던 안경이니 핸드폰이 저 멀리 있더라도 눈에 선명하게 꽂히는 것은 다름 없다. 젠장. 키드 킬러의 문제가 아니다. 키드는 보란듯이 또 사람들의 눈 앞에서 유유히 그 하얀 행글라이더로 달아날 것이다. 보석을 가지고. 

코난은 다시금 한숨을 내쉰다. 처량하기 짝이 없게도, 코난은 제 불우한 일들이 일어난 반년 전의 일을 다시금 머리에 새긴다. 검은 옷의 그 남자들을 겁내할 자신이 아니다. 당장이라도 그들을 없애고 쿠도 신이치로 돌아가야 하는 와중에... 빌어먹을 어린애의 몸은 전염병에 상당히 약하다. 독감이니 뭐니에 쉬이 당해서는 감기에 걸리는 이 몸은 쓰잘떼기 있는 구석이 조금도 없다. 다시금 제 신세를 한탄하던 코난은 옷을 두껍게 입고는 나갈 채비를 한다. 갤러리 뿐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헤이지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에서 추리해낸 사실로는, 아마 키드가 오늘 찾아온다는 의미이겠지. 유독 이번 키드의 문구는 텅 비어 있었다. 무슨 의미냐 묻는다면. 그래, 오렌지 즙으로라도 써 내린 듯이, 텅 비어있던 그 종이는 생각했던 그대로, 역시나다. 약한 감기에 목소리도 행동도 자유로이 할 수 있던 마지막에 본 것이 그 뉴스.그 이후 조금씩 상태가 악화됐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몸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차마 하지 못 했다. 

***

괴도 키드의 예고장은 오렌지 즙으로 써져...

자세한 내용을 경찰 측에서 추리한 결과, 모월 모일 밤 10시, 스즈키 지로키치씨가 30억 엔을 주고 거래한 천상의 보물 '블랙 로즈'를 훔치러 오는 모양입니다. 

블랙 로즈는 오래 전, 영국의 한 귀족가에서 사용된 목걸이로, 레드 다이아몬드에 사파이어와 블루 사파이어가 짝을 이루는 장미와 그의 잎을 나타내는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귀족가에서는 이 보석을 차지 하기 위한 쟁탈전을 치뤘으며, 그 쟁탈전이 굉장히 난폭해 결국에는 그 귀족가 하나가 아예 사라질 때까지 싸웠다는 듯 합니다. 블랙 로즈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한 귀족을 검은 나락으로 빠뜨린 탓, 장미처럼 사랑스럽고 끌어들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싸움 속에 있던 보석일 수록 값어치가 올라가, 결국 스즈키 지로키치씨는 이 보석을 30억 엔으로 이 보석을 얻었다는 듯 합니다.스즈키 지로키치씨는 이번의 보석을 지키는 장치 역시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장치들은 괴도키드를 이길 수 없었기에 이번 결투로 인해 스즈키 지로키치씨가 이길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무패의 괴도키드가 그 이름에 걸맞게 다시 한 번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

***

"그런 뉴스였지, 확실히. 에, 엣취! ...젠장 추워 죽겠네."

꽁꽁 싸매입은 옷은 날에 아직은 맞지 않는다. 패딩까지는 아니어도 그 정도로 단단하게 차려입은 모양새나, 마스크를 보아 절대 나가면 안 될 것을 알리고 있는데도 꿋꿋하게 코난은 발을 옮긴다. 정말 열로 가득 차 뜨거운 몸뚱이가 원망스럽다. 적어도 쿠도 신이치는 이렇게 쉽게 감기에 걸리지는 않았었는데. 코난은 다시 돌아가기에는 힘이 드는 쿠도 신이치의 모습을 부질없이도 떠올린다. 부질없는 일임을 이미 알고 있기에,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나 그 모습을 갈망하는지도 모르지. 하이바라 아이가 만드는 아포톡신 - 4869는 변함없이 제게 필요한 물건이고, 두 번 다시 먹고 싶지 않은 알약이었다. 손이 덜덜 떨릴 만큼 그들검은 조직에 대해 분노하는데, 만나기조차 어렵다. 코난은 슬슬 익숙한 곳으로 들어선다. 익숙하다 한다면 베이커가는 원래 다 익숙하다지만, 유독 여기는 제 17년 인생이 다 담긴 곳이니 더욱이나 익숙할 수 밖에 없다. 쿠도 가의 저택을 뒤로 하고, 30초 더 걸어 제 바로 옆에 있는 집, 아가사 가로 들어간다. 익숙하기 짝이 없다. 그래, 그야 여기는 얼마 전에도 들렀던 곳이니까. 에도가와 코난의 동급생인, 스스로들을 소년 탐정단이라 운운하는 그들과 함께 괴도키드의 예고장이 나타났다는 뉴스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들렸었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그 아니꼬운 괴도키드를 잡기 위해서라도 나는 당장 쿠도 신이치로 돌아가야 한다. 에도가와 코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괴도키드가 쿠도 신이치를 흉내내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기에는 너무도 억울하다. 

쿠로바 카이토는 나태하기 짝이 없다. 같은 반의 나카모리 아오코조차 괴도키드를 물론 싫어하는 방향으로 신경쓰는데, 쿠로바 카이토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유유히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게임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이런 그의 태도가 그의 이면에 담긴 존재가 사실 괴도키드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뉴스 한 구석에 실려 있는 키드킬러, 에도가와 코난군은 아쉽게도 오지 못해... 라는 기사 때문인지. 유독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후자가 맞지만, 쿠로바 카이토는 그것이 어떤 감정사랑 혹은 애정 등, 그것이 무엇이던 간에. 이라 생각하지 않는다.아니 어쩌면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생각을 밖으로 내놓아 생각하는 것은 포커페이스에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것은 에도가와 코난이자 쿠도 신이치가 탐정이고 쿠로바 카이토이자 괴도키드가 키드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도 충분히 그 생각을 기각할 수 있다. 쿠로바 카이토는 느릿하게 눈을 굴리다 우연하게 하늘 상공을 유유히 날아가는 까마귀를 본다. 불길하게도. 그런 우연을 믿지는 않았지만, 유독 불안함이 가슴 깊숙하게 차올랐다. 그 순간 아릿하게도 에도가와 코난의 얼굴이 뇌리를 스치고 들어온다. 애써 쿠로바 카이토는 생각을 억누르고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린다.

***

"그, 러, 니, 까. 지금 아포톡신을 먹어도 소용 없다니까."

"왜? 안 그래도 슬슬 란을 보러 가는 게 좋을텐-"

"쿠도 군.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면, 큰 오산이라고 말해줄게. 언제나 말하지만 너는, -"

"그래그래, 검은 조직에게 노려질 수도 있다는 거지?"

"...그걸 알면서도, 넌 너무 대책이 없는 것 같아."

"그렇지 않다니까? 게다가 괴도키드도 나타난다고 하잖-"

"시끄러워. 환자는 조용히 침대에서 안정이나 취하고 있으세요."

익숙한 갈색의 웨이브 머리카락이 열린 창문 틈새에서 흘러온 싸늘한 바람에 흔들렸다. 그 덕에 다시 한 번 몸을 바르르 떤, 집에서도 꽁꽁 싸맨 옷을 벗지 않던 아이는 적당히 소파에 제 몸을 맡기고 리모콘을 찾아 텔레비전을 틀었다. 익숙한 뉴스에서는 익숙한 기사를 보도하고 있었다. 하이바라는 그런 에도가와의 모습에 개의치 않고 세게 창문을 닫고 잠금 장치를 걸었다. 바람에 쉽게 삐걱일 것 같이 생겨 놓고서는, 저 창문도 나름 오래간다 싶었다. 에도가와는 시린 발을 꼼지락거리며 다시 뉴스로 시선을 돌렸다. 하루 종일 괴도키드에 대한 정보만 줄줄 늘어 놓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은 정말 무리겠지. 한두 번 부탁하면 넘겨주던 아포톡신이었는데. 기어코 받아내지 못할 것 같은 기분에 괜히 제 명을 줄이기 위해 훔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었으니, 에도가와는 체념한 얼굴로 한숨을 내쉰다. 하이바라는 그걸 또 뛰어난 청각으로 알아듣고는 입가로 가벼운 웃음을 터트린다. 에도가와 또한 그 웃음을 알아듣고 인상을 가볍게 찌푸리지만, 곧 연달아 기침을 낸다. 끝맺은 기침의 끝에는 크게 들이킨 숨과 다시 하아- 하고 깊게, 크게 내뱉는 숨이 있다. 하이바라는 뜨거운 물을 담은 찻잔을 준비해 에도가와가 적당하게 발을 걸치고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에도가와의 발등을 찻잔을 가져온 쟁반으로 탁 친다. 

"쿠도군, 오늘은 조용히 집에 있어. 좀 이따가 박사님이 탐정 사무소로 데려다 주실거야."

"네, 네~"

"대답은 한 번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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