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트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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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모든 것을 이해해야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지 못한다. 별 수 없다. 그건 제 특성이다. 타고난 것이다. 노력한다고 해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고백하고 있는 중이다. 사랑한다는 말 없이? 그렇다. 사랑한다는 말 쉬이 입에 담기에는 아직 섣부르다.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사람이 사람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일방적인 폭력은 언제나 사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아주 잘못 걸렸다는 생각 들어도 별 수 없다. 발 빼고 싶어져도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기어이 해체하고 분해해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것이다. 그저 사랑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신과 나는 닮지 않았다. 단언한다. 그러니까, 제가 죽은 줄도 모른 채 떠돌던 것이 당신이라면 나는 스스로의 의지로 목 매달았다는 점이 가장 다르다. 객사와 자살은 다르다. 

변하지 않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온전한 방식으로는 타인이라는 것과 공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그러니 도저히 사랑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 제 소원이 거창한 것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변명 하나 하자면 그런 걸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몇 없었을 것이다. 물론 편협한 변명이다. 제 세계에 사는 사람은 오직 저 혼자뿐이다. 다른 건 말이 통하는 미물들 뿐. 그러니 외로워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 와중에 용감하게도 제 세계에 기웃거리는 것 나타났으니, 그게 뱀이든, 인간이든, 뱀인 척 하는 인간이든, 인간인 척 하는 뱀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랴. 붙잡은 것 놓지 않는 것은 일종의 의지다. 생존에 대한 의지라 봐도 무방하다. 혼자 남고 싶지 않다는. 

원래 그런 인간이다. 목표란 건 애초부터 단 하나뿐이었다. 타인을 사랑하고 싶었다.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타인을. 그리고 함께 하고 싶었다. 별 것 아닌 일상을 공유하고 싶었다. 늦은 아침 함께 손을 잡고 나가 거리를 걷는 일이나 새벽 밤바람을 맞으며 어둠에 흐릿해진 꽃을 함께 구경하는 일을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냥, 한 마디로 살고 싶었다. 혼자는 외로우니까. 홀로 됨 자각하다보면 별 수 없이 말라 죽어가게 된다. 견딜 수 없어 죽어버리자 다짐했던 나날들이 저 너머에 여즉 생생히 살아 숨쉬고 있다. 결핍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고, 관성처럼 포기하던 습관 역시 아직은 버리지 못했다. 그러니 제 삶에 잠시 유예를 주는 것이다. 여전히 삶을 사랑할 수는 없으나 그냥, 그런 생각 든다. 어쩌면 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면서. 그렇잖아, 사람 없이 사는 삶은 불완전한 것이다.

사람과 삶은 뗄래야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관계다. 자음을 모두 공유하는 낱말들의 관계라는 건 그런 것이다.

생존에 대한 의지 흐려지지 않았으니 변한 건 하나다. 그런 걸 할 수 있다면 상대가 누구든 괜찮았었는데, 이젠 아니다. 네가 아니면 안돼. 이유는 없다. 말했듯 제 세계에 처음 발 들인 인간이 당신 뿐이라 그렇다. 스스로를 인간이 아니라 부정하고 싶은가? 그런 건 이제 와 아무 의미 없는 것이다.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때까지 죽이고, 또 죽이고, 기다릴 수 있다. 애초부터 꺾인 적 없으니 그 정도 번거로움은 감수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당신이 고작 징조 따위로 남지 않았으면 한다. 징조라는 건 사건에 대한 전말에 불과하다. 서사 상의 장치에 불과하다. 완전한 형태일 수는 있어도 그런 식으로는 안된다. 무엇이?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형태로 남아 있어선 안된다. 나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 그리고 그게 네가 아니면 안돼. 그러니까 순순히 협조 좀 해. 폭력적인 언사 여전하다. 당신의 감정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일부만큼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판단에 어떤 영향 끼치진 않는다. 이해라는 것은 다소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구석이 있다. 제 눈높이에 맞춰 상대 끌어 내리는 행위들이 대개 그렇다. 아픈가? 별 수 없다. 한 번은 아파야 한다. 그간 외면했던 것들 직면하는 일은 언제나 불쾌하다. 아픈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이라 믿는다. 그 신념이 진실에 근접한 것인지와는 하등 관계 없이. 이제 와 옳고 그름 따지는 일 같은 게 필요하진 않다. 충동에 따라 움직이는 변덕스러운 인간인 줄 몰랐던 건 아니잖나. 그럼 잠시 어울려달라. 살기 위한 과정이다. 당신과 내가. 온전한 인간이 되어.

멸망을 초래하는 유령이나 불온한 징조 같은 건 아무도 반기지 않는다. 그런 것으로 전락한 시점에 세계에 환영 받을 생각 따윈 없었겠으나 그래도. 영영 환영받지 못하는 삶이라는 건 외로운 법이다. 당신을 그런 곳에 홀로 남겨두고 싶지는 않았다. 저 편에는 아무것도 없다. 사람도, 뱀도, 사랑도, 삶도. 그건 아주 외로운 일이다. 고립은 이제 충분하다. 동기라면 이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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