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오원
모든 사건들은 언제나 순서를 지닌다. 중요도에 따라 결정되는 사건들. 일방향으로 흐르는 축 위에 세워진 일련의 이야기들. 사분음표의 길이가 팔분음표의 길이보다 길어질 수 없는 것처럼, 혹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 것처럼 이미 정해진 당연하고 분명한 명제들. 그리하여 쟈하나 마리에의 삶은 언제나 쟈하나 니노의 삶보다 앞선다. 그들의 관계가 비단 수직
무언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무언가 바꿀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노력이었나. 그제야 그는 깨닫는다. 모든 노력은 상대적인 것이나 총량만큼은 절대적인 것이기에 마음으로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 어떤 것에 애정을 가지고 오롯이 그 노력을 쏟아붓는 건 아마도 재능의 영역이고, 재능
모든 멸망은 필연적으로 특정한 감정을 동반한다. 체념과 후회와 우울 같은 것들. 그는 생각한다. 멸망의 사연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까.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전할 몇 가지 말들을 생각해 본다. 첫 번째. 당신이 옳았네요. 신은 실존했고, 멸망은 지척까지 다가왔어요. 두 번째. 모르겠고 일단 기도나 해야겠네요. 세 번째. 어째서? ……팔백이
변화는 늘 그렇듯 갑작스레 찾아온다. 어떤 예고도 없이. 미세한 음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게 되었고, 숨 쉬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던 건반을 누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생각했다. 어머니, 정말 당신이 옳았네요. 신이라는 건 정말 실존하는 존재였군요……. 어쩌면 그건 일종의 깨달음이고, 모든 깨달음은 희열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눈먼 감상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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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하나 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