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하나 니노

답안: 파란(3)

무언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무언가 바꿀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노력이었나. 그제야 그는 깨닫는다. 모든 노력은 상대적인 것이나 총량만큼은 절대적인 것이기에 마음으로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 어떤 것에 애정을 가지고 오롯이 그 노력을 쏟아붓는 건 아마도 재능의 영역이고, 재능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재능이라 불리울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멸망이 다가온다더니, 잠시 눈을 감았다 뜬 찰나의 시간도 기다릴 수 없었던 걸까. 정신을 차려보면 언제나 바닷물이 발치에서 찰랑대고 있었다. 물에 젖어 무거워진 옷으로는 어디에도 가지 못 할 것이다. 체념이 습관이 되고, 포기가 버릇이 된 정신으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좋았다. 무언가를 해내는 것만이 온전한 삶의 증거는 아니리라…….

삶이란 늘 자신의 뜻과 관련 없이 그저 발생하기만 하는 어떤 개념의 집합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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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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