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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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들은 언제나 순서를 지닌다. 중요도에 따라 결정되는 사건들. 일방향으로 흐르는 축 위에 세워진 일련의 이야기들. 사분음표의 길이가 팔분음표의 길이보다 길어질 수 없는 것처럼, 혹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 것처럼 이미 정해진 당연하고 분명한 명제들. 그리하여 쟈하나 마리에의 삶은 언제나 쟈하나 니노의 삶보다 앞선다. 그들의 관계가 비단 수직
무언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무언가 바꿀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으니까. 그렇다면 무엇을 위한 노력이었나. 그제야 그는 깨닫는다. 모든 노력은 상대적인 것이나 총량만큼은 절대적인 것이기에 마음으로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 어떤 것에 애정을 가지고 오롯이 그 노력을 쏟아붓는 건 아마도 재능의 영역이고, 재능
모든 멸망은 필연적으로 특정한 감정을 동반한다. 체념과 후회와 우울 같은 것들. 그는 생각한다. 멸망의 사연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까. 머릿속으로 당신에게 전할 몇 가지 말들을 생각해 본다. 첫 번째. 당신이 옳았네요. 신은 실존했고, 멸망은 지척까지 다가왔어요. 두 번째. 모르겠고 일단 기도나 해야겠네요. 세 번째. 어째서? ……팔백이
변화는 늘 그렇듯 갑작스레 찾아온다. 어떤 예고도 없이. 미세한 음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게 되었고, 숨 쉬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던 건반을 누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는 생각했다. 어머니, 정말 당신이 옳았네요. 신이라는 건 정말 실존하는 존재였군요……. 어쩌면 그건 일종의 깨달음이고, 모든 깨달음은 희열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눈먼 감상 끝에
"저기, 흰나비 씨. 두 분이 꼭 같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결혼하거든요……." 청첩장을 받은 흰나비가 수줍은 표정으로 몸을 꼬며 앉은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리고 굉장히 어른스럽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흰나비가 말했다. "사내연애 같은 짓을 왜 하는거지? 심지어 결혼까지? 굉장하네용." 그닥 신경쓰진 않는 모양이었지만(자신을 제외하고도 다섯
사랑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사람은 사랑에 죽고 못 산다지만, 그건 한 때의 열렬함을 이기지 못 한 이들의 치기일 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랬다. 시간이 아주 오래 흐르면 사라질 것들을 붙들고 그게 불변하는 가치인 줄로만 아는 이들이나 감정 따위에 무모하게 목숨을 걸었다. 영원한 감정은 존재할 수 없는 상상 속이나 오래 된 소설 속의 고루한 개념에
그럭저럭 괜찮은 결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어째서? -2 부제: 일 보 전진을 위한 이 보 후퇴 삶은 어느 순간부터 과거의 무한한 답습을 통해 이어진다. 그닥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사실이나 그 기저에는 분명 어떤 모티브가 된 것들이 존재한다. 가령 동화. 가령 로맨스 소설. 이 삭막한 도시에도 그런 것이 실
안다. 모든 것을 이해해야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지 못한다. 별 수 없다. 그건 제 특성이다. 타고난 것이다. 노력한다고 해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고백하고 있는 중이다. 사랑한다는 말 없이? 그렇다. 사랑한다는 말 쉬이 입에 담기에는 아직 섣부르다. 당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사람이 사람에
타인과 공존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한 지금에서야 어떤 무리를 꾸렸다. 역설적이게도. 그러나 가지지 못 한 것 실감하는 능력만큼은 여전하다. 섞여들 수 없다. 미성숙함의 탈을 쓰고 그 곳에 명백히 자리하는 것은 필경 외로움이다. 막연하니 어렴풋이 존재하는 건 꿈이요, 실재하는 건 악의처럼 보이는 선의다. 이 얘기 하려면 아주 오래된 결핍에 대해 말해야한다. 그
단언한다. 이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차라리 뒤로 돌아가는 것이 낫다. 길도 아닌 것을 길이라고 착각하면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요즘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시간은 금이다. 이해할 가치 없는 것들을 굳이 이해하려 붙잡고 있는다면 감정도 낭비하게 된다. 소모되는 것들을 마음껏 낭비하다 보면 분명 언젠가 가난해진다. 그러니 이해할 가치 없는 것에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