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커_ 한소 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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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 관련 by 김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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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 어째, 내가 늘 민폐만 끼치네. 난 위로도 제대로 못해서.. 그쪽 기분 망칠까, 걱정이나 하고 있는데. 내가 섬세하지 못해서, 그쪽만큼 다정하지도 못하고. (..) .. 그런데도 그쪽은 늘 날 믿어주더군요. 이것도 마음이 이끌린 것이덥니까. ( 납득이 안 가는데. )

#02

“ …. 내가 뭘 잘했다고 그리 치켜세워줍니까. 난 다정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쪽 곁에 머물렀던 건.. 그냥 내가 그러고 싶어서였고. 그냥 내 이득을 위했던 겁니다. ”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뱉어낸 말이었다. 고작, 닿지 못할 의문.

그리고 가만히 네 행동 지켜봤다. 늘 내게 지어주었던 웃음, 왠지 모르게 가슴 한 켠이 아려왔어. 약간 서글플 정도로, 가볍게.

“ 진짜 착해빠졌어. 난 다정한 적 없다니까.. ”

어찌할 줄 모르고 웃어보이는 네 눈 피했다. 이리 다정히 웃어주다가, 너는 또다시 날 사뿐히 즈려밟고 떠나갈까. 덜컥 불안해져, 괜스레 속으론 너 조금 원망했으려나.

“ … 그런 말 들어본 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습니다. 뭐 잘못했다가 그쪽이 내게 실망할까 두렵기도 하고.. 워낙 뭐든 서툴러서 그런건지. ”

전에 뭐든 혼자 잘한다고 했던 거, 거짓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고 나지막히 덧붙였다. 어째서 네 앞에선 쓸데없이 솔직해지는 건지.

#03

“ 뭐든 좋다고 하네, 그쪽은. 나 참.. 가끔 보면 진짜 이해 안돼. 그게 싫다는 건 아니지만. 내겐 과분해서. ”

표현이 서툴러, 좋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조금 각진 말만 툭툭 내뱉어낼 뿐, 정작 진심은 제대로 전하지도 못했어. 언젠간 네게 닿을 수 있을까, 입술만 달싹이다 결국 한마디도 덧붙이지 못했다.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너 흘깃 봤다. 여전히 다정한 눈. 상냥하고도 여린 눈이었어. 그러나 조금의 죄악감이 서려, 불안정히 흔들렸던가. 순간 네 사정은 생각하지 않았나, 되짚아보며 몰아치는 죄악감에 휩싸였다. 미안해할 필요는 없는데. 내가 서툴러 널 바라보지 못했던건데. 괜히 네게 짐만 더 짊어지게 한 것 같아, 조금 후회했어.

동시에 제 진심이 여전히 네게 닿았으면 해서, 바닥에 떨구었던 시선 주워담아 다시 네게 건넸다. 네가 속죄할 필요 없다고, 감히 정정해주려 용기내었던 거겠지.

“ … 전부 진심이셨다면야.. 상관없지만요. 그럼, 조금 다정한 사람인 걸로.. 하겠습니다. 그쪽 앞에서는. 주제넘는 걸 알고 있지만, 그쪽께서 날 그리 정의해주셨으니.. 허락해주시리라 믿습니다. ”

이내 고개 떨구는 너 보고 못마땅한 듯 인상 미세하게 구겼다. 네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떳떳하지 못한거야.

그래서 저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가버렸다. 제 손으로 제 턱 끝 약하게 들어올려 눈 마주했다. 옅게나마 죄악감과 서글픔이 뒤섞여 묻어나는 네 눈에, 마음의 일부가 저릿거렸던 것 어째서였을까.

“ … 나랑 대화할 때는 나를 봐야죠. 고개 숙이지 말고.. 왜 그럽니까. ”

손 떼고 옅게 미소지어보였다. 널 닮은 미소가 지어보고 싶었는데, 잘 안되네. 무력함 감추며 과분했던 미소만 쓰게 삼켰어.

#04

“ 아니, 과분하다는 게.. 과하다는 게 아니라, 정말 내게 과분해서 그럽니다. 난 싫지 않아요. 그쪽의 다정함도, 그냥 그쪽 자체로도.. 나는 정말 좋아합니다. 그쪽 잘못이 아닙니다, 전부.. 그런데, 그런 그쪽의 포용이 내 주제와 맞지 않아서. 난 그쪽의 포용을 받을만큼 잘 한 것도 없고, 좋은 사람도 아니라서 말입니다. ”

네 표정에 결국 토해내듯 진심을 모두 뱉어냈다. 그저 네가 너무나도 서글퍼보여서, 애처로워보였기에. 마음 깊숙한 곳 어딘가에 담아두었던 말을 전부 네게 건네버렸어.

그 속에 섞인 좋아한다, 이게 나의 진심이었던걸까. 네게 그토록 전하고 싶어했던 진심이 고작 그거였던 건가. 그러나 그 진심을 속으로 삼키고 또 혼자 앓기엔, 네가 상처받을까 걱정되었기에 결국 무작정 키워냈던 어쩔 수 없는 정을 네게 건넬 수 밖에 없었다. 널 거절한 의미가 되어버릴까, 두려웠어. 그 찬란한 빛을 밀어낼 리가 없는데도.

마냥 사람을 미워했던 나의 오랜시간이 무색하게도, 어느 새 네 빛이 좋아졌나봐.

“ 그럼 다정한 사람처럼 구는 건 어떻게 해야합니까? 전에 가르쳐준다면서요, 상냥하게 사람 대하는 법. 그거 해주세요. 그쪽 잘하잖습니까. 난 아무래도 그게 어려워서.. 그쪽 실망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배워두려고. ”

네가 다정히 남을 살피는 걸 잘한다는 생각을, 고작 고개 숙인 걸로 미안해하는 널 보며 곱씹었다. 미안해하지말라며 부정하듯, 고작 고개 조금 저었어. 동시에 조금은 울 것 같은 얼굴이었던 널 가만히 응시하면서.

동경하는 이가, 동시에 제게 특별한 이가 눈앞에서 이토록 헤매이고 있는데. 그럼에도 무어라 더 말하지 못한 까닭은, 그저 네가 벅찬 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괜스레 네가 얄미워져. 그리 예쁜 눈으로 죄악감에 빠져 서글프게 나를 보고 있는 네가, 내겐 너무나도 애달파서. 그런 넌 마냥 상냥한 사람이여서, 그렇기에 그저 행복했으면 했던 네가 어떤 이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대체 어떤 매정한 이가 네게 그리 큰 짐을 짊어지게 한 건지, 헤아릴 수가 없었거든.

그럼에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이, 갑절 원망스러워졌다. 그래도, 미세하게라도, 온기섞인 말을 네게 닿게 한다면.. 따뜻한 사람인 너는 조금이나마 짐을 덜어낼 수 있을까. 그 생각에 평소엔 없던 용기가 났던건지, 미소를 지어보일 수 있었던 것이겠지.

“ 미소, 많이 어색하덥니까. 뭐.. 그쪽처럼 웃어보고 싶었는데. 가르쳐주신다면.. 열심히 따라는 해보죠. ”

더구나 지금만큼은 더 활짝 웃어보이고 싶었어, 입 끝에 맴돌던 말을 결국 쓰게 삼켜버렸어. 그리고 네가 제게 웃어줬던 것처럼, 옅게나마 베싯 웃음 머금었다. 네게만큼은 조금이라도 더 다정하게 보이고 싶었으니까. 곧 뺨은 혈색으로 미세히 달아올랐다.

“ .. 뭐라고 해야하지. 낯간지럽달까.. 그쪽처럼 무해하게 웃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 겁니까? ”

괜히 조금 부끄러워져, 농조로 장난기 섞인 말 건넸다. 특유의 장난스러운 미소 지으며, 내 눈에 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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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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