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카부] 따끈따끈후냐후냐
꺄꺄우후후(일까요?)
포켓몬 마스터즈 ex 이벤스 정반대의 아저씨들을 보고 둘은 친구가 됐다, 그리고 했다, 라고 믿게 된 사람이 썼습니다
배경 불명 맥락 불명 의미 불명 정보 불명
“우왓-! 추워! 어서 들어오게.”
카부는 눈에 젖다 못해 커다란 툰베어 발처럼 불어난 장화를 걷어차 벗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아오키는 그가 허물처럼 현관 바닥에 버려둔 패딩을 피해 들어서려다가 발을 헛딛었다. 우당탕하는 소리가 나자 화장실 문을 열고 카부가 내다보았다.
“아오키 군?!”
“아뇨.”
괜찮다고 해명할 힘도 없어서 아오키는 대강 뭉갰다. 미끄러져 주저앉다시피 한 채로 신발을 벗으려 애썼지만 구부러진 손가락이 목적을 이루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카부를 본받아 외투를 현관에 벗어두고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초에 이곳의 추위에 걸맞지도 않던 코트는 물이 안으로 배어드는 걸 막아주지 못해서 두툼한 상하의는 얼음이 다 되어 움직일 때마다 버석거리는 소리를 냈다.
“됐으면 이리 오게.”
더 벗어야 하는지 고민하며 얼어있는 아오키를 카부의 목소리가 이끌었다. 아오키가 화장실 문을 열자 만두 찜통을 연 것처럼 김이 확 피어올랐다. 카부가 벗어둔 옷이 바닥을 뒤덮었다. 그는 속옷만 대강 걸친 채 선반에서 수건을 꺼내다가 아오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이 덜 차긴 했는데, 먼저 들어가는 게 좋을 거 같아.”
“에.”
카부가 아오키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저체온증 걸린다. 어서어서.”
“아니, 그.” 카부는 키가 작아서 아오키의 상의를 위로 당겨 벗겨낼 수 없다. 아오키는 얼어붙은 옷감에 반쯤 갇힌 채 웅얼거렸다.
“하지만 먼저 벗으셨고…”
“젖은 옷 입고 있으면 안 돼.”
“별로 춥지 않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오히려 따뜻하고요. 딱 좋게 졸리고…”
“그러다가 죽어, 아오키 군!!!”
어린애처럼 바지를 대신 내려주는 창피함을 피하기 위해 아오키는 애써 상의를 떨쳐냈다. 카부가 수건을 세면대에 내려두고 팔꿈치로 문을 열었다. 아오키는 그의 손을 보았다. 뜨뜻한 욕조 물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내내 느끼고 있었을 텐데도 검붉게 언 채였다.
“자, 갈아입을 옷 챙겨줄 테니까 몸 좀 녹이게.”
“카부 씨는요.”
“나는 추위에 더 익숙하고, 뭐 괜찮아.”
“이 추위에 아쿠아제트에 맞는 건 평범한 일은 아닌 거 같습니다만….”
아오키는 속옷을 벗지 않고 그대로 욕조에 몸을 구겨 넣었다. 실제로는 체온보다 조금 따뜻할 뿐인 물이 무척 뜨겁게 느껴졌다. 그는 얼얼한 손을 수면 아래에 밀어 넣고 있다가, 옷을 들고 되돌아온 카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목을 붙잡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결과적으로 허우적거리는 아오키를 카부가 묘한 표정으로 봤다.
“뭐해?”
“카부 씨도, 들어오세요.”
“하?”
“여기, 제법 넓어서…”
“됐어, 그보다 자. 이러고 있어야 하네.”
카부가 그의 발목을 잡아서 욕조 밖으로 나오도록 걸쳤다. 아오키는 욕조 반쪽에 비스듬하게 구겨진 몰골이 된 채로 졸린 눈을 끔벅였다.
“왜죠.”
“팔다리는 빼고 있어야 순환이 잘 돼.”
“카부 씨는요.”
“너도 고집이 제법 세, 알아?”
“떨고 계시던데. 어 또.” 아오키는 아마도 비표면적이 높은 그가 더 온도 변화에 취약할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논리적인 언어를 꽁꽁 언 머리에서 발굴하기 실패한 그가 대신 헤맸다. “…작으시고.”
“지금 말도 제대로 안 나오는 친구가 그래.”
“안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오키는 카부를 올려다보았다. 수건으로 대강 닦아내었다지만 머리가 뿌리까지 흠뻑 젖어 있었다. 코며 손 같은 신체 말단은 물론이고, 팔뚝이며 어깨 따위에도 피부가 얼었을 때 특유의 불그스름한 자국들이 보였다. 추위와 상성에 나가떨어진 버디들에게 온기를 부탁할 수도 없는 사정이었고, 여관방에 올린 난방은 빠르게 몸을 덥히기엔 충분하지 못했다. 아오키는 곤란해하는 카부를 향해 발을 내밀었다. 금새 식은 발가락이 그의 옆구리를 찔렀다. 카부가 그의 발을 가볍게 잡았다. 손도 발도 차서 감촉을 알기 어려웠다.
“좀, 그렇겠지?”
“전혀. 온천도 함께 했죠.”
“여긴 훨씬 가까이 붙어 앉아야 하잖아.”
“더 가까이 있어 본 적도 있습니다. 문제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카부가 한숨 쉬었다. 끝을 웃음으로 흐려내는 한숨이었다.
“그렇게 말하니까 복잡할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심플한 게 맞습니다.”
더 입씨름하기도 귀찮다며 카부가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아오키의 팔다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편하다고는 입바른 소리로도 하기 어려운 자세였다. 그나마 온천탕을 표방한 욕조가 비교적 넓은 편이고 수도꼭지도 옆쪽 벽면에 달려 있어서 다행이었다. 카부는 아오키의 어깨 옆 모서리에 발을 걸친 채 구석으로 구겨졌다. 더운 물이 밖으로 주르륵 밀려났다. 카부가 닥쳐오는 열기를 견뎌내듯 눈을 꾹 감았다. 아오키는 그의 찌푸려진 눈썹 사이가 풀어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수도꼭지를 돌렸다. 더운 물이 졸졸 흐르면서 수온을 유지했다.
한참 물 흐르는 소리만 듣다가 카부가 말했다.
“제안해 줘서 고맙네. 훨씬 나아.”
“저야말로.”
아오키는 머리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수납된 발을 붙잡았다. 카부의 발도 그의 손도 여전히 차가웠다. 그는 신경 써서 카부의 발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카부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다, 간지럽다고 웃다, 가느다란 한숨을 쉬며 늘어졌다.
“찌릿찌릿하군.”
“녹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오키는 실컷 문질러준 발을 제 목덜미에 걸쳐두고 다른 쪽 발을 주워들었다. 카부의 발바닥은 단단했다. 나이 들어가는 사람 특유의 살 늘어짐보다는 굳은살이 더 두드러지는 피부였다. 아직 촉감을 느낄 만큼 손끝의 감각이 돌아오진 않았으나 이런 건 눈으로 봐서도 알 수 있었다. 박차고 디디고 일신의 무게를 이겨내고 위로 띄워 올리기 위해 견뎌낸 살갗의 질감. 카부가 고개를 뒤로 한 채로 허공에 대고 말했다.
“응전해 주겠다고 하고 싶지만,”
“예.”
“다리가 너무 길어, 아오키 군은.”
아예 무릎을 욕조 가장자리에 걸치고 발을 늘어뜨리고 있던 아오키는 지레 찔린 채 발을 흔들었다.
“괜찮습니다. 이제.”
아오키는 그의 발을 무심결에 문지르며 말했다. 천천히 녹아가는 몸이 통증을 호소하는 건 여전했다. 그래도 이제 온기와 피로감이 슬슬 졸음을 독촉하고 있었다. 잠들면 안될텐데. 아오키는 의미 없이 카부의 복숭아뼈를 납작하게 쓰다듬다가 말했다.
“이래서야, 얘기했던 대로 스튜를 새로 끓여 먹기는 곤란하겠네요.”
“그 걱정하고 있었어? 괜찮아. 간단하게 흰죽을 먹지.”
“과연, 좋은 의견입니다.”
“머리를 잘 불태울 가치가 있는 고민이었지?”
카부가 웃었다. 직접 뜨거운 물을 마신 게 아니더라도, 잠긴 물이 주는 온기가 추위에 식은 폐부를 녹여주었다. 그렇다면 숨 쉬고 있는 이 공기의 따뜻함도 그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아오키는 생각했다.
“네, 아주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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