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작

'그 부부'

https://youtu.be/gGg3cgMfkig?si=lu1qe_duW1vjW6E3

“여기로 할게요.”

그 부부는 돌연 나타나, 다 무너져 가는 볼품 없는 건물에 세를 냈다. 뭐가 이상하느냐고? 그래. 말만 듣기에는 방 하나 팔린 게 대수라고 난리를 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부는 묘하게 이질감이 있었다. 애당초 외국물을 잔뜩 먹은 인간들이 왜 여기에 와서 살겠는가. 여긴 구룡성이다.

지독하게 뒤엉키고, 미로 같으며, 세계와 단절을 꿈꾸듯 높게 쌓아올린 성벽을 자랑하고, 곳곳에서 술독에 빠진 인간들이 초파리의 둥지가 되어주며, 마약이 난무한다. 썩어빠진 악취는 또 어떠한가. 구룡성은 마굴이었다. 한 번 들어온 인간은 빠져나갈 수 없다. 그런 곳에 뭣 하나 부족함 없어 보이는 그 부부가 들어왔다. 무엇 때문에? 알 수가 없지.

부부는 서로 상반대되는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여자 쪽은 마치 배운 게 있는 귀족처럼 우아했으며, 가끔 헷갈리는 발음 속에서도 고아함이 느껴졌다. 길게 내려온 머리카락이 가슴팍을 간질이고, 사람을 보고 휘접으며 웃는 눈매는—소름끼쳤다! 모든 것이 완벽한데 그 붉은 눈, 붉은 눈이 내게 닿을 때면 살이 찌르르 울렸다. 본능이 도망치라고 요동쳤다. 멀어지는 순간까지도 그 서늘한 시선은 잊을 수가 없으리라.

반면에 남자 쪽은 과묵했다. 입을 열어도 광둥어가 아니라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말이 흘러나왔다. 분명 저것은 고향 말이리라. 남자는 사람을 상대하기 싫어했고, 거리를 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는 것 같더라. 그럼에도 제 아내에게 다가오는 사람 사이로는 끼어들곤 했다. 자신이 닿는 것이 낫다고, 그렇게 생각한 걸까. 하지만, 하지만, 남자에게는 애매한 쇠냄새가 났다. 금속인지, 피인지 모를 냄새가…….

하지만 이상한 건 말이다.

그 둘은 너무 닮았다는 거다. 비단결 같은 새카만 머리, 고혹적인 얼굴상, 키도 엇비슷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조차 똑같았다. 파고들 구멍 따윈 없었고, 여지조차 주지 않았으며, 오로지 자신을 닮은 서로에게 푹 빠진 것처럼 세상을 살았다.

자, 모든 게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그 부부를 더 면밀히 조사하고 수상한 점을 찾아낼 생각이다. 다 모은 것으로 그들을 협박해서 돈을 갈취하든, 경찰에 신고하든-사실 이건 효과가 없을 거다. 구룡성이라고 했잖은가-, 여길 나가게 만들든……어떻게든 해보이겠다고.

똑똑.

노크 소리가 울렸다. 남자는 흠칫, 놀라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 반동으로 넘어진 의자가 우당탕탕,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없는 척 하기에는 개뿔. 이미 늦은 것이다. 문 너머는 일순간 적막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선생님. 앞집이에요.”

하필이면 이 순간에 그 부부가 찾아온 것이다. 아니. 한 명인가? 아내 쪽만 온 것일까? 남자는 마른 침을 삼키면서 문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상투적인 물음을 내뱉으며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제가 요리를 했는데 너무 많이 해서요.”

“전, 됐습니다.”

“……정말요? 선생님,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도 드리는 거예요. 정말 맛있게 했어요.”

“…….”

젠장! 수상한 건 자신이 아닐지. 남자는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그래, 고작 음식 하나다. 그리고 고작 여자 하나다. 완력으로는 이길 수 있다. 남자의 다짐은 문을 열게 만들었고, 아마 그것은 가장 후회할 결정이 될 것이다.

“도나.”

“여기서는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니까.”

“……헤이화.”

“네, 남편님.”

“그 사람, 어떻게 하려고?”

“기분 나쁘게 우릴 관찰했으니 치워둬야지……. 괜히 너랑 먼 곳까지 와서 사는 게 아니니까. 걱정마, 제미. 내 강아지들이 다 먹어치울 거야.”

도나는, 내 이름 그대로 부르면서. 뚱한 얼굴에는 짧게 입을 맞추면서 떨어졌다. 흡혈귀의 피 한 방울이 떨어지고, 붉은 개가 한 방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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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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