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로그

임무완료

-새로운 쉘터에서의 일상

새로이 도착한 쉘터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했다. 수도관 관리부터 전기시설 관리, 그리고 청소까지. 크리쳐의 퇴치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미유키는 그날 역시 짐승형 크리쳐를 토벌하기 위해 나와있었다. 곁의 리베르타를 보며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리베르타가 조금 지친 기색으로 그녀를 보았다. 미유키는 쉬어가자는 듯 주위의 납작한 바위 하나를 눈짓하였다. 두 사람은 목적지에 다다라 서로에게 기대었다. 미유키는 리베르타의 머리를 쓸어주다 물병을 내밀었다. 먼 하늘로 닿는 지평선이 시선을 닫게했다. 미유키가 숨을 내뱉으면 리베르타는 미안스러운 얼굴로 미유키를 보았다. 걱정이 어린 눈동자는 노랗게 빛났다.

“너도 피곤하진 않아?”

“나야 괜찮지. 알잖아.”

제 얼굴을 매만진 그녀는 말갛게 웃었다. 살풋 눈을 돌리던 리베르타는 말을 덧붙였다. 너는 항상 나를 이끌더라. 미유키는 자연스레 그 뒷말을 받았다. 자신을 변화하게 하는 것은 리베르타라고. 그녀는 잘게 웃다가도 리베르타에게 기대었다. 리베르타가 머리를 쓸어주는 손길을 느끼고 있으면 먼 곳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리베르타라는 이름을 부르면 상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겨냥을 하듯 손을 들어올리는 모습에, 미유키는 재빨리 달렸다. 지면을 박차고 그대로 나아가면, 소 정도 덩치의 크리쳐 무리가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미유키는 그대로 손 끝에 불을 끌어모았다. 섬광이 주변으로 내리꽂히고 그대로 크리쳐들 사이에 번졌다. 전류를 피하여 미유키는 제 주먹을 휘둘렀다. 뇌류에 놀라 뛰쳐나온 크리쳐 한 마리를 때려 쓰러트리면, 더더욱 흥분하는 크리쳐 무리였다.

“둥지가 근처에 있는 모양인데.”

“그런 모양이야. 유키, 조금 먼 곳으로 가자.”

그렇게 뒤로 물러나면 섬광을 뚫고 노기를 드러내는 크리쳐가 있었다. 미유키는 그대로 그들의 시선을 끌며 몸을 피했다. 그녀는 그대로 작전을 궁리했다. 둥지가 근처에 있는 한 저들은 쉘터와 계속해 충돌할 터였다. 다만 평소에 온순한 개체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순간 우두머리정도로 보이는 크리쳐와 눈이 마주쳤다. 미유키가 무언가를 떠올린 것은 그 때였다. 사람들이 접근하길 꺼리는 어느 작은 숲이 있었다. 그곳의 입구를 터준다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몰이를 해야하겠구나. 그리 중얼거린 미유키는 리베르타의 쪽을 보았다.

“어떻게할 생각이야, 유키?”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해야지. 일단 둥지의 크리쳐들을 모아보자.”

말이 끝나자, 섬광이 멀리에 몇 번 내려 꽂혔다. 다시 진동이 일었고, 흥분한 크리쳐들이 합류하기 시작하였다. 어느정도 복잡해진 상황에 미유키는 주먹을 쥐었다. 긴장을 풀어서는 안되었다. 그녀는 불을 내뿜으며 그들이 돌아갈 길을 막았다. 따라와. 그런 말을 중얼거린 미유키는 제 몸에 슬슬 열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달음박질을 쳤다. 크리쳐의 우두머리가 비명을 내지르며 그 뒤를 따랐다. 미유키는 조금만 더 버틸 수 있기를 바라며 숲을 향해 움직였다. 리베르타가 뒤따르면, 그녀는 더욱 빠르게 달렸다. 쿵, 쿵, 쿵. 무리지어 달려오는 소리. 숲의 입구에 다다라 우거진 나무들을 발견하면, 그녀는 그대로 나무들을 불살랐다. 다만 여전히 흥분이 식지 않은 크리쳐들은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 더 이상 기운이 남지 않아, 미유키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크리쳐 한 마리가 뛰어올랐고, 그것을 향해 벼락이 내리꽂혔다. 리베르타가 미유키를 향해 다급히 달려왔다.

“유키!”

“미안해. 넌 좀 괜찮아?”

“말하지 말고. 열부터 식혀.”

“응...”

경계를 하던 크리쳐들은 불이 사그라들자 숲 속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그제서야 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리베르타는 미유키를 감싸안으며 어깨를 잘게 떨었다. 왜 그래. 나 괜찮아. 여상스레 말하는 미유키였지만 상대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가만히 리베르타의 팔을 토닥여주며, 입을 열었다.

“끝났다. 집에 가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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