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수수하다
바닷소리 바람에 실리는 물내음이, 공기 중에 가득했다. 유진은 바닷가에 널린 조약돌을 보았다. 조약돌은 파도에 구르기도 하고, 서로 부딪히기도 했다. 흰 원피스를 입은 유진은 뒤를 돌아보았다. 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것은 그 때였다. 바람이 시원해요. 그런 말과 함께, 유진은 아레스의 손을 잡았다. 제 손바닥보다 좀 더 큰 손이 그 이끌림을 받았다
영원히 너를 기억할거야. 모드는 그 때를 기억하였다. 열대의 밤이 낭만적인 바람을 부르던. 축일의 밤. 모두가 축제를 기대하던 그날의 밤을. 그녀는 루시아를 닮은 흰빛 정장을 입고 있었다. 새하얀 사막을 가로지를 듯한, 그 빛. 그녀는 루시아의 빛을 따라가면 될 터였다. 무지개 끝에 있을, 그이. 루시아 에반스, 자신의 파트너가 있었다. 루시아가 교내
유진 코퍼필드는 주위의 이들을 사랑해 마지않는 자였다. 그것은 그녀가 사랑하는 자들을 위해 잔혹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제 앞에 무릎꿇은 이를 내려보며 웃었다.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조차도 그 웃음을 가리진 못했다. 그녀의 웃음을 본 상대는 몸서리를 쳤다. 두려움을 내비치며 상대는 유진의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상대는 잘못하였다는 말을 하였다
크리스마스캐럴 유진은 제 턱을 매만졌다. 탁자에 놓인 사진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를 향하는 이의 이름은 아레스 베이커. 그녀는 아레스 베이커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녀를 집요히 좇아오는 이. 그리고 그녀의 숙적. 웃음이 비죽 새어나왔다. 유진은 검지손가락으로 사진 위 얼굴을 훑었다. 창 밖으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 얼
미유키는 먼 지평선에 작은 도심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저와 나란히 선 리베르타의 손을 잡았다. 목적지가 저 너머에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면 시선의 끝이 시렸다. 광막한 황야의 끝. 그들은 머나먼 여정을 끝마치는 길이었다. 그녀는 제 옆의 리베르타를 한번 안았다 놓아주었다. 이것이 완연한 끝은 아닐터였다. 그럼에도, 반환점을 돈다는 기분에
어느 시절의 편린 사토 미유키는 그날 또한 아이들과 함께 물동이를 나르고 있었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늘 부지런해야만 했다. 가끔 길가를 걷는 경찰들이 그들을 가는 눈으로 바라볼 따름이었다. 그녀는 괜스레 고개에 힘을 주고 거리를 걸었다. 좀 더 키 큰 아이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녀는 괜스레 어깨에 힘이 들어가 무뚝뚝하게 걸었다. 사토, 천천히 가. 그
첫 인사 게이트가 열렸다는 통신이 전해져왔다. 유하는 언제나와 같이 제 머리를 정리하곤 현장으로 향했다. 단말기는 쉴틈없이 깜빡이고 있었다. [A급 마수 출현 XX시 시민들은 XX구 현장에서 대피하시길 바라며...] 자연스레 그것을 끈 그녀는 바닥으로 얼음을 펼쳤다. 미끄러지듯 그 위를 나아간 유하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질서를 지켜 대피하세요. 달리
새로이 도착한 쉘터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했다. 수도관 관리부터 전기시설 관리, 그리고 청소까지. 크리쳐의 퇴치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미유키는 그날 역시 짐승형 크리쳐를 토벌하기 위해 나와있었다. 곁의 리베르타를 보며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리베르타가 조금 지친 기색으로 그녀를 보았다. 미유키는 쉬어가자는 듯 주위의 납작한 바위 하나를 눈짓하였다.
유하가 눈을 뜨면 주차장이었다. 그녀는 제 눈을 문지르다 허리를 세웠다. 나리가 차의 문을 열어주었다. 유하는 자연스레 차에서 내렸다. 그것을 기다렸단 듯이 너머에서 사람이 걸어왔다.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은 반갑다는 듯 유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유하는 익숙하게 그 손을 받아주었다. 그녀는 가만히 손을 흔들고서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될지를 물었다. 파트너가
그 날은 유독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유진은 추적하던 범인 한 명을 놓치고서 온통 비범벅이 된 채였다. 그녀는 지독한 피로감을 느끼며 경위서를 작성했다. 폭언이란 폭언이 모두 그녀에게 향하였다. 모든 것이 그저 멀게만 느껴졌다. 둔감한 추위를 느끼며 유진은 제 집으로 향하였다. 안 젖은 곳이 없이 가라앉은 머리칼은 더 이상 우산도 필요없다는 착각을 하게
첫훈련 시술이 끝난 며칠 후였다. 안구는 다행히도 두 사람에게 적응했다. 유하는 전보다 넓어진 시야에 조금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럴 때 아리엘은 유하의 팔을 잡아주며 기다렸다. 어느정도 시야가 진정되고 나면 유하는 고개를 도리질쳤다. 유쾌한 감각은 아니었다. 그녀는 눈을 꾹 감았다 먼 곳을 보았다. 고마워요. 그런 말을 한 유하는 제 스크롤 창
불면의 밤이 지속되었다. 미유키는 옅은 잠을 청하다 몇 번이고 눈을 뜨기 일수였다. 의식이 가라앉으면 늘 총소리와 쓰러지는 소리, 그리고 크리쳐의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그 날 역시 꿈 속에는 비명과 총성이 가득했다. 미유키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곤한 숨소리가 사라지고, 리베르타가 눈을 떴다. 그녀는 미유키의 손을 잡으며 악몽을 꾸었느냐고 속
메리 엘레나 이바노프의 기억 메리 이바노프는 주세페 가에 처음 들렀던 날을 기억했다. 맨체스터의 어느 외곽의 작은 집을 빌려 이모와 지내던 나날이었다. 같이 따라간 집안의 어른 한 명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메리는 그런 집이 싫었다. 어머니도 없었다. 낯선 곳이었다. 학교를 마친 메리는 느릿하게 교재를 챙기고 있었다. 메리의 어깨를 두드리는 감각이
식사시간 유하는 무리지어 다니는 것이 취향은 아니었다. 그녀는 홀로 생각에 잠겨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 날 역시 유하는 식당에서 홀로 불고기가 올라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손목시계형의 단말기로 그날의 소식들을 살피기도 하였다. 유하는 최근 늘어난 게이트의 출현에 대해 고민하며 제 수저를 움직였다. 특히 강남을 기점으
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하여 쉘터는 드물게 웅성거렸다. 중소규모의 쉘터인 도원이었지만,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마저 졸아들게 만들지는 않았다. 쉘터 내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하며 발렌타인 선물을 하였다. 구태여 초콜릿만이 선물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었다. 미유키는 사람들의 분위기를 보며 역시 고민에 잠겼다. 단순히 무엇을 줄 것이냐 만이 자신의 고민은 아
행복하게, 행복하여라.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당일의 날짜에 대하여 의식하고 있었다. 유하는 물끄럼 사람들의 무리를 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무어라 특별히 생각할 필요도 없는 날이었다. 그녀는 언제나와 같이 훈련을 마치고서 쉬기 위하여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이가 있었다. 아리엘이었다 아리엘은 유하에게 손수건을 내밀며 수고하였다는
발렌타인데이 바람이 불었다. 한결 따듯해진 느낌에 미네요리는 눈을 감았다. 그녀는 근처에 있을 자신의 요괴 치요를 의식하였다. 그녀와 산책을 가기에도 좋을 터였다. 미네요리는 고개를 돌리고서 치요의 이름을 불렀다. 오늘이 무슨 날이게요. 그리묻는 그녀는 날씨를 묻는 표정이기도 했다. 치요는 눈썹을 까닥이다 웃었다. 별난걸 묻는다는 듯이 미네요리를 바라
겨울의 끝자락에 다다른 날이었다. 유진은 제 목도리를 고쳐 메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봄의 기운을 자신도 모르게 느끼며 눈을 감았다. 차바퀴 구르는 소리와 사람들의 발소리. 웃음소리, 경적소리. 그녀는 문득 가게에 꽃다발들과 귀금속, 초콜릿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의 어수선한 분위기에는 사유가 있었다. 유진은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모드 첸에 대하여 그녀는 첸 지앙의 자랑스러운 손녀였다. 지앙은 모드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그녀 역시 제 할아버지의 자랑임을 기쁘게 여겼다. 아프리카 대륙으로 이주해온 이후로도, 첸 지앙은 모드를 자신이 보살펴야 한다며 그 고집을 꺾지 않았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미온할 지언정,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은 매우 강
백화점 안은 온통 사람으로 가득했다. 루시우스는 두 딸의 손을 잡으며 과자와 스낵류를 파는 코너로 가보자고 하였다. 사랑해요, 아빠! 둘째 딸은 신이 나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쥬느비브와 비슷하게도 단 것을 좋아하는 마들렌이었다. 그러나 제 아빠의 손을 놓지는 않은채 과잣거리가 있을 곳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는 두 딸을 양 팔로 들어올리곤 걸었다.
첫 만남 정원이랄 것이 없는 마당을 둔 집은, 항상 햇살이 따가웠다. 여러 집들이 모여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 블록은 미로와도 같았다. 그늘을 피해 숨어든 아이들은 종종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같은 골목을 맴돌곤했다. 모드는 그날 역시 할아버지의 지도가 끝나고, 쉬는 시간을 만끽하며 마당으로 나가 있었다. 적도편동풍에 실린 태양빛은 뜨거웠지만, 어쩐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