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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엘레나 이바노프의 기억

-레이시아와의 첫만남

메리 엘레나 이바노프의 기억

 

메리 이바노프는 주세페 가에 처음 들렀던 날을 기억했다. 맨체스터의 어느 외곽의 작은 집을 빌려 이모와 지내던 나날이었다. 같이 따라간 집안의 어른 한 명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메리는 그런 집이 싫었다. 어머니도 없었다. 낯선 곳이었다. 학교를 마친 메리는 느릿하게 교재를 챙기고 있었다. 메리의 어깨를 두드리는 감각이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밀발의 소녀가 있었다. 레이시아 주세페. 학교 선생님의 아이였다. 메리는 무슨 일이냐는 듯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았다. 레이시아는 메리를 보며 말끄러미 웃었다. 마음 한켠에서 슬그머니 비뚜름한 마음이 일어났다. 낯선 이와 구태여 대화를 이어간다는 것은 그녀에게 큰 에너지를 요구했다.

“너 얼마전에 외곽에 온 애들 중 한명이니?”

“응...”

전쟁이 일어나며 아이들은 스코틀랜드 등지의 북부로 피신을 하였다. 메리 또한 그들 중 하나였다. 맨체스터는 런던과 달랐으며, 바다내음으로 가득하였다. 모든 것이 다른 풍경에, 그녀는 머릿속이 질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메리는 감흥적은 눈으로 레이시아의 쪽을 보았다. 레이시아는 제 녹빛 눈을 깜빡이다 손을 내밀었다. 메리는 그 손을 바라보다 가만히 흔들고 놓아주었다. 레이시아는 그 정도로 물러나지 않았다. 왜 그러는 것일까. 고개를 기울이던 메리는 무엇이냐는 말을 결국 입 밖으로 꺼낼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그러자 메리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수업이 끝났으니 사과나무를 구경하러 가지 않을래? 그리 묻는 상대의 목소리에는 다정함만이 묻어 있었다. 메리는 작게나마 당황하였다.

“이모가 기다리셔서.”

“허락받고 가자. 이사와서 꼭 가봐야 하는 곳이야.”

메리는 곤란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이의 얼굴에는 악의가 없었다. 곤란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도 없어보였다. 그녀는 그리하여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이모, 소냐였다. 소냐가 아이들 사이로 훌쩍 드러난 머리를 숨길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른인 사람이 나타나 조금 놀란 표정이기도 했다. 메리, 친구야? 그리 묻는 소냐는 뿌듯해하는 분위기였다. 메리는 제 얼굴을 쓸어내려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하였다. 집주인이신 타냐 씨에게는 자신이 이야기 하고 오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친구와 놀고 와도 좋지 않겠냐는 것이 이모의 의견이었다. 거절할 이유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러면 메리는 결국 레이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곧 따라갈테니까, 먼저 친구랑 가 있어. ...그러니까, 이름이?”

“레이시아, 레이시아 주세페에요!”

“그래. 얼른 가.”

레이시아가 메리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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