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시간
유하와 아리엘의 계연로그
식사시간
유하는 무리지어 다니는 것이 취향은 아니었다. 그녀는 홀로 생각에 잠겨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 날 역시 유하는 식당에서 홀로 불고기가 올라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손목시계형의 단말기로 그날의 소식들을 살피기도 하였다. 유하는 최근 늘어난 게이트의 출현에 대해 고민하며 제 수저를 움직였다. 특히 강남을 기점으로 늘어나는 게이트들은 하나하나의 재난에 가까웠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지만 한국의 거주자들은 그것을 특히 심각하게 여겼다. 유하는 제대로된 대책이 필요하리라 생각하며 사뭇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안 좋은 이야기 들었어요?”
“아, 안녕하세요. 방금 올라온 뉴스 보고 있었어요.”
그 말에 아리엘은 안심했다는 듯 웃었다. 유하는 무슨 용건이냐는 듯 그녀의 쪽을 보았다. 아리엘은 별 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유하가 식판 쪽을 고개를 돌리면 맞은편으로 와 앉는 아리엘이었다. 같이 먹어도 될까요? 그리 물으며 그녀는 퍽 붙임성있는 어조로 이야기하였다. 유하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누군가가 이리 다가와 묻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녀는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였기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유하가 물컵을 밀어주면 아리엘은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맞은편으로 와 앉았다. 그녀는 점심시간에 유하를 찾기 힘들더라며 웃음을 지었다.
“카페라떼나 초코 음료정도로 넘길때도 있어서요.”
“그거 안좋아요.”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아리엘이었다. 유하는 덤덤히 고개만을 끄덕였다. 그럼에도 그것을 쉬이 고칠 생각은 없었다. 시간은 그녀에게 있어 계산적으로 써야 할 대상이었다. 그 곳에 식사시간은 큰 지분을 차지하지 않았다. 아리엘은 그것을 눈치라도 챘는지 물끄럼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그럴거죠? 그리 묻는 그녀는 어쩐지 집요하게 보이기도 했다. 유하는 눈을 돌리며 고개만을 끄덕였다. 상대는 잘 되었다는 듯이 웃음을 머금었다. 옅은 짖궂음이 보이는듯도 했다. 앞으로 자신과 함께 점심시간에 먹으면 되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유하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혼자서도 잘 챙기는 편인데요.”
“그럼 같이 있으면 더 잘챙기겠죠.”
물러섬 없는 대화에, 포기한 것은 유하였다. 유하는 조금 가라앉은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한동안 아리엘과 함께 식사를 하기로 약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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