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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하여

KKN5 by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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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새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흔들리는 마차 안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나뭇잎 마을의 상급 닌자와 그의 의뢰인. 가늘게 이어지는 바람 소리를 끊고 운을 뗀 이는 다름 아닌 나오하라 아야카였다.

“이 리본은 어머니 거였어요.”

그녀는 시선을 멀리 고정한 채 입술만 움직여 그렇게 말했다. 말을 건다기보다는 혼잣말에 가까운 투였다. 카카시는 대답하는 대신 나오하라의 목 언저리에 묶여있는 붉은색 리본에 눈길을 두었다. 아마 이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리라.

“어머니는 제가 아홉일 때 돌아가셨는데… 따지자면 운이 나빴다고 해야겠죠.”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사건이었으니까요. 나지막하게 내뱉는 목소리에서는 물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소중한 이의 작고를 말하는 것 치고는 퍽 담담했다. 슬픔, 그리움, 그런 것들은 시간에 깎여 모두 사라졌을까? 자연히 카카시는 자신이 열둘이었을 적, 그즈음을 떠올렸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많이들 죽었고, 죽였던 때였다. 그녀의 어머니 그중 하나였으리라. 무릇 전쟁이란 그런 것이니까. 심지어 카카시 자신은 그 한가운데 있었던 인물이었다. 가까운 이들을 떠나보내는 것 역시 여럿 겪었다. 아버지가 죽었고, 동료가 죽었다. 그다음으로는 믿고 의지하던 선생님이 죽었다.

그렇게 제 과거를 셈하던 카카시는 문득 위로를 건네는 것을 잊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카카시보다 나오하라가 빨랐다. 나오하라는 돌아오는 대답 없이도 잘만 말을 이어갔다.

“한동안은 어머니를 떠올리는 게 너무 괴로워서 어린 마음에 그냥 잊으려고도 해봤어요.”

“…….”

“그런데 어느 날은, 제가 그분을 기억하지 않으면….”

나오하라가 제 머리칼을 묶은 리본을 매만지면서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어느새 짙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어머니는 정말로, 영영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카카시는 두 가지 모두를 잘 알았다.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도망쳐 버리고 싶은 비겁한 기분도, 그러나 결코 잊어버릴 수는 없다는 변치 않는 사실도. 지금도 카카시의 뇌리에는 꺼져가던 친구의 시선이 깊게 박혀있었다. 그것은 지금 서클렛에 덮여 있는 채였다.

“……그렇죠.”

때문에 카카시는 짤막하게 긍정했다. 제 곁에 가까이 앉아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꺼내놓는 여자. 그 이야기에는 기묘하게도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어 어떤 순간을 자꾸 끄집어내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나서요.”

“아닙니다.”

“뜬금없었죠? 듣기 불편하실 텐데 저도 모르게….”

“무슨 마음인지 잘 압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남자는 으레 그러하듯 상대에게 보여주기 위한 미소를 지었다. 죽음은 떠나간 자보다는 남겨진 자의 몫이라고들 한다. 카카시는 그에 덧붙여 이렇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기억은 살아남고 만 자신의 의무라고. 나오하라 아야카가 한때는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했을 붉은 리본을 제 머리칼에서 떼어놓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나오하라는 카카시가 자신에게 비슷한 것을 겪은 이로서의 공감과 연민을 느꼈다는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것이 자신이 줄곧 바라오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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