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고백

N가 K에게 진심을 전하는 세계

KKN5 by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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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당신을 연모하고 있어요.”

 

느닷없이 떨어진 말이었다. 여느 때처럼 나오하라 아야카가 차를 내오던 순간에. 하타케 카카시는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안에 담긴 내용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제 와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오는 이유를 도통 가늠할 수 없었다. 다시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나오하라 아야카는 결코 선을 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자신 역시 모르는 척 임무를 마치고 향 좋은 차나 얻어 마시고 있던 것일진대…. 그가 대답하는 것을 잊고 눈만 깜빡이고 있으니 여자는 꼭 그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느릿하게 웃었다.

 

“괜찮아요….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나오하라 씨.”

“좋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니까요.”

“…….”

“다만 이제는… 이 마음이 카카시 씨에게 폐가 되지 않기를 바라서요.”

 

실은 그녀 역시 전부 알고 있던 것이다. 남자는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거절을 말하리라고 꿰뚫어 보는 듯한 그녀의 말투까지 해서. 고백을 처음 받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니, 오히려 숱한 고백을 들어온 하타케 카카시였지만 이만큼 생경한 감각은 처음이었다. 그 이유라 하면 어림짐작해오던 그녀의 마음이 제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한 까닭이었다.

 

그만큼 마음이 무거워졌다. 딴에는 감추려고 애쓰는 듯싶지만, 모를 수 없이 새어 나오던 그 애정을 자신은 그냥 두면 금세 흩어질 마음이라 여겼다. 자신을 잘 알지 못하기에 품을 수 있는 종류의 것. 하지만 마냥 그렇지는 않았나 보다. 자신을 연모한다 고백해오는 민간인 여자 앞에서, 감정을 죽이는 것이 일상인 나뭇잎 마을의 엘리트 닌자는 이번만큼은 눈에 띄게 동요하고 말았다.

 

“기다릴 수 있으니 생각해보시고 답해주세요.”

 

제 앞에서 허둥대는 것이 일상이던 그녀치고는 드물게도 확신에 찬,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꼭 지금의 이 순간을 홀로 몇 번이고 그려본 듯 망설임이 없는 목소리. 단어 하나 허투루 생각하지 않은 듯 배려가 묻어나는 문장들. 그것에 응할 적절한 말을 곧바로 찾아내지 못해 머뭇거리는 카카시를 앞에 두고 여자는 아무런 일도 없었던 양 찻잔은 그냥 두고 가시면 나중에 치우겠노라고 말했다. 곧이어 달칵, 하는 작은 소리가 한 번 울렸다. 어느새 방을 나선 그녀가 문을 닫는 소리였다. 방에 홀로 남겨진 남자는 가만 제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여다보았다. 차를 마시는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늘 그녀가 내오던 성의. 하타케 카카시가 거절하지 못한 것. 남자는 조용히 잔을 들어 그것을 마셨다. 마음은 복잡했으나 입안에 맴도는 향은 늘 그랬던 것처럼 좋았다.


“저, 당신을 연모하고 있어요.”

 

기어코 내뱉고 말았다. 여느 때처럼 하타케 카카시를 위해 차를 내오던 순간에. 속으로 몇 번이나 곱씹고 또 곱씹었는지, 애정을 고하는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떨리지 않았다. 예상대로 남자는 놀란 눈치였다. 다시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말 없이 그에게 차를 내왔을 뿐이니 당연한 반응일 테다. 남자는 드물게도 대답하는 것조차 잊은 채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나오하라 아야카는 가져온 찻잔을 그의 앞에 내려놓으며 미리 생각해둔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저는 정말로 괜찮아요.”

“나오하라 씨.”

“좋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으니까요.”

“…….”

 

겨우 제 성을 부르는 그의 말을 끊으면서까지.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무례한 행동이지만 꼭 해야 할 말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는… 이 마음이 카카시 씨에게 폐가 되지 않기를 바라서요.”

 

오래 생각한, 진심만을 꾹꾹 눌러 담은 말들이었다. 그를 연모한다는 것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그러나 일방적인 마음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은 것 역시 진심이었다. 나오하라 아야카의 마음은 그 정도의 크기였다. 상대를 덮을 수 있을 만큼 크지만, 그렇다고 숨을 막고 싶지는 않은. 슬슬 놓아야 할 때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조용히 접어둘 수도 있었으나 이 고백은 그녀의 마지막 욕심이자 선언이었다. 내가 당신을 정말로 좋아했다고. 그럴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남자는 말문이 막힌 듯한 모양이었다. 그에 반해, 나오하라 아야카는 방금 고백을 내뱉은 사람치고는 퍽 침착했다. 아마 고백에 대한 답은 필시 거절이겠지만… 그가 잠시나마 고민해준다는 사실마저 기뻤다. 적어도 거절할 말을 고르는 동안에는 내 생각을 해주겠지,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기다릴 수 있으니 생각해보시고 답해주세요.”

 

지금의 이 순간을 몇 번이고 그려본 보람이 있었다. 목소리는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곧게 뻗어져 나왔다. 매사 여유롭고 침착한 그였는데, 지금은 제게 응할 적절한 말을 곧바로 찾아내지 못해 머뭇거리는 하타케 카카시가 눈앞에 있었다. 이제 그를 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고백에 대한 대답을 들을 날이 마지막이려나. 혹여나 그가 마음을 정해 당장 답을 내놓을까 두려워, 나오하라 아야카는 찻잔은 그냥 두고 가시면 나중에 치우겠노라고 내뱉고는 급히 방을 나섰다. 달칵, 작은 소리를 내며 닫힌 문 앞에서 여자는 발걸음을 마저 옮기지 않은 채 홀로 서 생각했다. 그를 위한 차를 끓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차를 마시는 취미가 없음을 알면서도 부러 내가던 성의. 그가 거절하지 않을 유일한 것. 여자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슬플 것 같았는데 의외로 마음은 차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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